한국일보

‘밀알의 사랑’ 전 세계로 지평을 넓힌다

2015-01-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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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한국 장애인 학생 등 88명에 15만2천달러 전달

▶ 이영선 미주 총단장 “이종희 남가주 단장과 사역 연합”

‘밀알의 사랑’ 전 세계로 지평을 넓힌다

밀알 장학금 수여식 및 남가주 단장 취임식을 마치고 임원진과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장학금 수여·신임 단장 취임

아름답다 할지라도 순간일 뿐이고 건장하다 해도 제 몸 하나 건사할 따름이다. 권력은 시간이 정해져 있고 돈은 언제 날아갈지 모른다. 선지자 이사야는 성경의 구약에서 여호와 하나님의 광대함을 강조하고 사람의 교만과 어리석음을 질책하며 말머리를 연다.

‘그 날에 인간의 거만한 눈초리가 풀이 죽고, 사람의 거드름이 꺾이고, 오직 주님만 홀로 높임을 받으실 것이다.’


오렌지카운티 한인교회(담임목사 남성수)에서 지난 25일 밀알 장애인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남가주 밀알 신임 단장의 취임식을 겸한 자리였다.

각지에서 모인 장애인과 가족 그리고 사역자들과 봉사자들, 교인과 친지로 예배당은 가득 찼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가운데 누가 더 많은지 알 수 없는 모임이었다. 그저 서로를 인정하고 하나로 어울리는 시간이 흘렀다. 여느 모임의 엄숙함에 더해 환호성과 박수가 수시로 터지고 격려와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이 땅에 장애인이 존재해야 하는 하나님의 섭리가 은은하게 빛을 발했다.

이 자리에서 모두 88명에게 15만2,000달러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많게는 개인당 3,600달러에서 적게는 1,000달러까지.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미국 타주와 캐나다, 한국까지 아우르는 곳곳의 장애인들이 장학생의 명단에 올랐다. 어느 교회, 어떤 단체에 견주어도 규모가 크고 내용이 알차다. 모두 믿는 사람들의 헌금이 만들어낸 성취다.

밀알은 최근 큰 폭의 변화를 일궈냈다. 15년이 넘도록 남가주 단장으로 애써 온 이영선 목사가 미주 총단장을 맡으며 미국, 캐나다, 중남미 전역의 밀알 활동을 인도하고 있다. 그와 함께 남가주 밀알 이사장으로 온갖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던 김영길 목사도 미주 이사장으로 사역의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이날 설교를 담당한 김영길 미주 이사장은 ‘여호와 하나님의 놀라운 축복’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세상의 경기와 비즈니스는 좋을 때도 있고 하강곡선을 그릴 때도 있지만, 밀알은 주어진 사명을 꿋꿋하게 감당하면서 성장해 왔다”고 말했다. 또 “장학금의 규모와 수혜 학생의 수도 올해는 오히려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소개하면서 “이것이야말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사랑을 나누는 밀알을 향한, 사람은 가늠할 수 없는 하나님의 축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이 자리에는 세계 밀알연합 총재인 이재서 목사도 참석했다. 시각장애인으로 한국의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인 이 목사는 이종희 남가주 신임 단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이민사회와 교회가 묵묵히 실천해 온 헌신과 열매를 칭송했다. 이종희 신임 단장의 스승이기도 한 이 총재는 “이 목사가 신학생 시절부터 밀알 사역에 동참해 온 처음부터 끝까지 ‘밀알 사람’으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역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늘의 밀알을 경작한 이영선 총단장은 감사패를 받은 뒤 이종희 신임 단장과 7년째 함께 사역해 오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미주 총단장이 지역 단장을 겸임해 왔고 분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총단장과 지역 단장이 한 곳에서 함께 일하다 보면 장단점이 모두 있겠지만 이 역시 우리가 도전하고 이뤄낼 연합과 화합의 미션”이라며 구태여 겸직을 피한 의미를 강조했다. 후배에게 사역을 전승하고 자신은 보다 큰 틀의 미션을 개척하는 ‘업그레이드 된 순종의 길’을 보여주는 것이다.


남가주 밀알의 새 이사장을 맡게 된 남성수 목사는 격려사 순서에서 “이사장의 역할은 섬기는 것일 뿐인데 이제껏 수고한 분들을 격려한다는 건 과분하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남 이사장은 “남가주 밀알의 지경을 개척하고 넓힌 이영선 총단장의 공로가 무엇보다 크다”면서 “이 총단장이 자비량으로 밀알 사역에 헌신한 사실을 얼마 전 알게 돼 놀라고 감동했다”고 전했다.

밀알 장학금 수여식과 남가주 새 단장 취임식의 마지막은 이날 장학금을 받은 시각장애인 장성규씨의 오보에 연주가 장식했다. 맑고 밝지만 장애 인생의 무게가 고스란히 녹아 든 묵직한 선율이 참석자들의 가슴에 진동을 울려줬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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