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는 파리의 도심지. 시간은 정오 직전으로 대낮이었다. 알 카에다와 ISIS 등 테러 단체의 마호메트에 대한 불경(?)만화들에 대한 보복으로 두 명의 경찰관이 경비하던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주간지 편집 회의실은 몇 분 사이에 살육장으로 변해버렸다. 알제리계 프랑스인 테러리스트들 형제가 기관단총으로 스테판 샤르보니어 편집장 등 만화가들을 하나씩 거명하면서 총격을 가했다. 10명의 언론인들과 두 명의 경관들이 졸지에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가 발칵 뒤집혀진 것은 당연하다. 마치 미국이 2001년 9.11테러를 기점으로 그 전후가 확연히 달라진 것처럼 2015년 1월6일을 기점으로 프랑스 역시 그렇게 될지 모른다.
미국의 찰리 브라운이라는 유명 만화의 주인공 이름을 프랑스어로 쓴 주간지는 1960년에 창간되었다가 드골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는 1면 기사 때문에 폐간되었던 좌파 풍자 월간지를 주간지로 부활시킨 것이다. 이 주간지는 좌충우돌의 풍자와 해학으로 독자들을 웃겨왔단다. 문자 그대로 성역 없이 모든 종교들과 종교인들, 그리고 정치기관들과 정치인들을 웃음거리 대상으로 삼아왔다.
신문의 밥줄이랄 수 있는 광고 수입에 의존하다보면 기업들을 조롱할 수 없기 때문에 애당초 무광고 운영을 해왔다니까 풍자에 대한 신념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풍자와 표현의 절대적 자유를 고집한 편린을 ▲로마 교황에게 여자가 있다 ▲마호메트의 터번 아래에는 다이나마이트가 숨겨져 있다 ▲성추행하는 공직자가 희생 아동에게 동성애자 대회에 데리고 간다는 약속을 한다는 등등의 만평에서 엿볼 수 있다.
신문사에서 만행을 저지르고 뛰어나오던 테러리스트들이 ‘알라는 위대하다’ ‘선지자의 원수를 갚았다’라고 외쳤다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이슬람 과격분자들은 선지자 마호메트의 계율을 어기는 서구권 사회를 철천지원수로 본다. 서구권만이 아니라 같은 이슬람교도들이지만 터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친서방 국가들이나 정권들마저 원수로 치부한다.
알카에다의 잔재, ISIS, 보코하람 그리고 탈레반 등 오사마 빈 라덴의 후예들은 그들과 동조하지 않는 모든 세력과 사람들을 섬멸하려는 목표를 지상과제로 삼는다. 서방세계의 악영향으로부터 여자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사상은 여학교를 습격하여 13세 전후의 소녀들을 몇백명 납치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파키스탄 군영 부근에 있는 학교에 난입해서 학교 선생 몇 명은 불태워 죽이고 학생들은 무차별 사격으로 죽여버리다가 사살되기도 한다. 알라를 위해서 자살 특공대로 적들을 죽이다가 희생되면 “낙원에 가서 72명의 처녀들을 거느리고 살게 된다”는 과격파 성직자들의 가르침도 문제다.
이번 프랑스의 위기는 그 나라가 자랑하는 ‘톨레랑스’(관용)가 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모순을 보여준다. 프랑스는 “타인의 생각과 방식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톨레랑스 정신에 따라 회교도 이민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유럽에서 가장 많은 500만명(인구의 7.7%)의 회교도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알제리 등 여러 아프리카 지역을 식민지로 통치하면서 지배자, 피지배자의 불행한 역사를 겪은 것에 더해 그 나라들의 독립 전쟁 때의 피 흘린 역사의 유산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53년 만의 최대 테러 사건이라는 이번 사태가 조속히 수습되어 무고한 사람들이 더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다행이겠다.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 문명전쟁론이 현실로 다가 오는 것은 아닌지, 새해 벽두부터 불길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