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가 ‘정의’ 찾아야 사회가 변화”

2015-01-06 (화)
크게 작게

▶ 정의에 무관심한 교회 사람들 등돌려

▶ 목회자는 신앙과 더불어 교양 갖춰야

“교회가 ‘정의’ 찾아야 사회가 변화”

민종기 목사(오른쪽 끝)가 교회에서 청년들과 어우러져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새해 인터뷰를 위해 대화를 나누던 중 민종기 목사는 ‘모진 인연‘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가 담임목사로 섬기는 충현선교교회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잡음도 없이 잔잔하고 꾸준하게 성장한 성실한 교회다.

민 목사는 이 교회에서 집사로 출발해 전도사를 거쳐 담임목사가 됐다. 중간에 한국에 나가 신학대학교 교수를 지내고 서울대·한동대 등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생의 중요한 시간을 올곧이 이 교회와 함께 보낸 셈이다. 이를 빗대어 우스갯소리를 한 것이다.

정치신학으로 박사학위(Ph.D.)를받은 신학자요 이민교회에서 잔뼈가 굳은 민 목사에게 교회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느냐고 물었다. 민 목사는 정의라는 단어를자주 말했다.


“교회는 무엇보다 먼저 하나님께 기쁨을 드려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교회가 서 있는 도시에도 기쁨이 돼야 합니다. 교회는 경건생활에 힘쓰면서도 사회와 소통해야죠. 교회가 세상을 읽고 이해할 코드를 상실했어요. 그러다보니 교회가 사회를 이끌고 섬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세상의 걱정거리가 되는 형편이 됐어요.”

민 목사는 현대사회의 절실한 관심은 ‘정의’라고 말했다. 교회에서는 ‘공의’라고 말하지만 세상은 다른 용어로 접근한다. 교회가 정의에 무관심할 때 사람들은 교회에 등을 돌리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교회가 사회와 접촉점을 잃어버리면서 신뢰를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회는 정의와 분배로 눈길을 돌렸어요. 이에 적극 대처했어야 하는데 교회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소통이 단절되고 교회가 세상에 비전을 제시하는데 실패했죠. 교회는 이기적 집단으로 따돌림 당하고 섬이 돼 버렸어요.”

교회는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형성된다. 그리스도인들의 인격적 변화가 교회의 근본적인 과제의 하나라고 그는 강조했다.

“복음은 횡적으로 확산돼야 하지만 종적으로도 심화돼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세상의 역사와 문화가 깊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화적 헤게모니를 교회가 쥐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직장이 선교지가 되어야 합니다. 온 성도가 선교사고, 비즈니스 자체가 섬김입니다.”

불경기에 많은 교회가 예산 부족을 호소한다. 그럼에도 충현선교교회는 올해부터 장애인사역을 시작한다. 사회의 연약한 부분을 끌어안자는 노력이다.

“두 가지 자본주의가 있습니다. 첫째는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고, 두번째는 천민자본주의입니다. 물론 전자를 추구해야죠. 소득격차와 양극화는 21세기에 가장 큰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 믿는 사람은 다르다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목회자는 특히 신앙과 더불어 교양을 갖춰야 한다고 민 목사는 강조했다. 중세시대가 암흑기라고 하지만 초기와 중기 중세시대는 달랐다고 덧붙였다. 당대 최고의 지성인들이 교역자가 돼 세계관적 차원에서 정치와 역사를 읽었다는 것이다.

“인문학적 교양은 교회와 세상을 잇는 교량이에요. 일반 지식이 부족하면 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고 사회적 담론 형성도 안 되죠. 결국 ‘우리끼리만 통하는 방언’이 되고 맙니다. 후배 목사님들에게 일반서적도 열심히 읽으라고 권하고 있어요”

종교개혁을 이끈 캘빈도 인문주의 대가였다고 민 목사는 말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종교개혁의 산물이 된 것도 이런 바탕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골격에 근육과 힘줄을 입히는 게 교양입니다. 문화를 읽는다는 건 말씀에 피부를 입히는 일이고요. 교회와 신학교에도 이제 르네상스가 필요합니다. 세계관과 지성을 갖춰야 해요.”

영성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민 목사는 하나님과 친밀함이라고 대답했다.

“하나님과 친밀해지려면 많이 물어보세요. 질문을 해야 답변이 옵니다. 문제의식이 없으면 성장도 멈추죠. 신앙과 신학에서부터 삶의 사소한 부분까지 물음이 이어져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질문을 기쁘게 받으세요.”

나의 삶에서 빼낼 것은 무엇인가, 직장에서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인가, 사회에서 없어져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새해에 하나님에게 묻자고 민목사가 제안한 질문들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