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출신·교회 다른 ‘외인구단’ 홈리스선교 뭉쳤다

2014-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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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활동하던 목사·갱 출신 전도사 등

▶ 순수한 열정 60여명 “소외 이웃에 복음을”

출신·교회 다른 ‘외인구단’ 홈리스선교 뭉쳤다

지난 6일 샌타애나 홈리스 전도현장에서 자리를 함께 한 노명숙 간사(왼쪽부터), 최명균 목사, 제니퍼, 피터 최 전도사.

■ 베레카 선교회 지난 6월 발족

“이영은이는 평생 예수님을 믿지 않다가 목사님을 만나 다음 날 천국에 갔으니 참으로 복 받은 사람입니다. 이렇게 갈 줄 알았으면 좀 더 잘 대해주는 건데... 목사님, 앞으로도 영은이처럼 자포자기해서 사회에서 버림받고 또 교회에서도 외면해 버린, 희망 없이 살다 죽어가는 영혼들을 돌보아 주십시오. 영은이가 하루 일해 번 돈을 받아서 보내 드립니다. 영은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입니다.”

알콜중독으로 홈리스가 돼 거리를 헤매다 죽은 이영은씨는 베레카 홈리스 선교회 회원들과 맥도널드에서 마주 앉아 질문을 던졌다. “성경은 어디에서부터 읽어요?” 그를 선교회에 소개한 매튜 김씨는 100달러짜리 수표를 대신 전해 줬다.



베레카 선교회는 ‘외인구단’이다. 각자 따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밥을 나누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선교회가 세워졌다. 출신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지만, 하나의 하나님에게 순종하는 공통점으로 뭉쳤다.

대표를 맡은 최명균 목사는 7년 전 사역을 시작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최 목사는 당시에도 길거리를 뒹구는 노숙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미국에서 신학교에 다니면서 혼자 홈리스를 찾아다니며 되는 대로 도왔다. 찬양도 불러주고, 복음도 말해 주고, 기도해 주고, 호주머니를 털어 밥도 주었다.

부대표인 피터 최 전도사는 열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 왔다. 흑인 또래에게 시달리다 아시안 갱단을 조직해 ‘죽을 듯이’ 살았다. 20대에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낮에는 청년 사업가, 밤에는 갱단원으로 지냈다. 돈도 많이 벌고 부족한 게 없었지만 마음속은 매일 지옥이었다. 평화는 세상에 없고 오직 예수만이 평안 그 자체라는 걸 깨닫고 인생은 급회전했다. 그리곤 혼자 알콜 및 마약 중독자와 홈리스를 찾아나섰다.

노명숙 간사도 홀로 홈리스를 챙겨 왔다. 자기 돈으로 100명이 넘는 노숙자들이 먹을 음식을 마련해 나눠줬다. 처음에는 무섭다던 가족도 도움에 동참했다. 조직도 없고 동료도 없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감사와 사랑으로 일했다. 당연히 해야 할 ‘내 몫’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최 목사와 피터 전도사는 4년 전 만났다. 동일한 비전을 갖고 ‘따로 똑같이’ 사역을 벌여온 사실을 확인하고 두 손을 마주 잡았다. 노 간사는 1년 전 합류했다. 이전에도 현장에서 오가다 본 적이 있던 터에 동역자로 힘을 합쳤다.

“사역을 한 지는 7년이 됐지만 선교회를 구성하고 비영리단체로 등록한 것은 지난 6월입니다. 특별한 필요를 느끼지 못했거든요. 어차피 우리끼리 해 오던 일이니까요.”

최 목사는 사역을 더 체계적이고 추진하기 위해 선교회를 조직했다고 말했다. 회원이 벌써 6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출석하는 교회도 다르고 연령이나 직업도 다양하지만 하나님이 나눠준 비전으로 하나가 됐다.


베레카는 히브리어로 ‘축복’을 뜻한다. 주 단위로 또 월 단위로 LA와 오렌지카운티 거리, 교회, 정신병원과 노인아파트 등에서 벌이는 정기적인 사역도 많지만 어디까지나 현장 중심으로 사역한다. 그 때, 그 시간에, 성령이 이끄는 간절한 필요에 민감하려 애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씀’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밥도 필요하지만 성경이 전하는 복음이 인생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킨다고 믿는다.

최 목사는 중국어와 영어로 설교한다. 피터 전도사는 당연히 유창한 영어로 복음을 나눈다. 다른 회원들도 다채로운 은사로 사역을 벌인다. 그리고 모두 땀 흘려 일하며 자비량으로 선교회를 섬긴다. ‘외인부대’ 선교회는 그래서 어느 정규군보다 전투력이 강하다. 그리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홈리스는 단순히 집이 없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버젓이 전문 직종에 종사하던 사람들도 꽤 많아요. 중독의 문제이고 가정파괴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회복의 역사가 일어나야 합니다. 영적 전쟁입니다. 사회와 가정에서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충만히 느끼게 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꿈을 갖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베레카선교회는 오는 19일(LA)과 20일(샌타애나) 그리고 28일(부에나팍) 각각 홈리스에게 슬리핑백을 전달한다. 모두 500개가 필요하다. 한인교회와 커뮤니티의 지원이 절실하다. 문의 (714)392-1916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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