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구문명 이전 원시상태로 남아있는 곳

2014-1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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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개브리엘 산맥 중 가장 깊은 산

▶ 인적 드물어 홀로 산행은 위험

서구문명 이전 원시상태로 남아있는 곳

Copter Ridge의 정상 모습.

서구문명 이전 원시상태로 남아있는 곳

Copter Ridge 정상에서 바라본 Mt. Baldy 모습이 장엄하다.

[산행 가이드 - Copter Ridge]

LA의 북쪽은 백두산보다 더 높은 산들이 즐비한 샌개브리엘 산맥이 커다란 병풍으로 우뚝 솟아 있어 연중 거의 절반은 계곡마다 흰 눈을 간직하고 있는 별천지를 이루고 있다. 샌개브리엘 산맥은 동서로 68마일, 남북으로 23마일에 걸쳐 2겹 3겹으로 산줄기들이 뻗어 있는 형국인데 오늘은 그 중에 가장 깊게 자리하고 있으면서 인적도 아주 드물어 서구문명이 이 땅을 뒤덮기 이전의 원주민들이 살던 원시의 산림과 유사한 분위기라고 생각될 만한 곳을 찾아간다. 샌개브리엘 산맥의 줄기 중Copter Ridge는 그 존재 자체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채 극소수의 등산인만이 이곳을 찾고 있기에 아직은 거의 원시상태로 남아있다.


눈길을 걸어갈 때,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순결한 길이라면, 왠지 동심으로 돌아간 듯 가슴이 설레는 것이 우리네 보통사람의 정서이듯, LA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 준 전인미답의 Copter Ridge를 찾아, 푹신한 토양과 수북한 솔잎을 밟으며 산행을 하는 기분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단거리로 산행코스를 잡을 경우, 왕복 9마일에 순등반고도 3,450´이되고, 약 7시간 내외가 소요되는데, 등산의 후반부는 워낙 인적이 드문곳이므로, 홀로 산행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등산경험이 많고 이 지역의 지리를 잘 아는 사람과 동행하는것이 안전하겠다.

또한 이 산행은 등산 때의 순등반고도가 1,850´임에 비해 되돌아 나올 때에도 1,600´의 고도를 ‘등산‘해야 하기에 이에 대한 시간이나 체력에 대한 배려가 따라야 할 것이다.

산행 도중에 물을 보충할 데가 없기 때문에 미리 충분한 물을 지녀야하며, 요즘은 낮이 짧은 겨울철이고, 등산로 입구까지 운전하여 오고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일찍 집을 나서야 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크렘폰, Head Lamp, 보온용품 등을 필히 소지해야 하겠다. 지형적으로 위태로운 구간은 없으나, 중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산인 Mt. Hawkins 는 정상의 고도가 8850‘ ( 2,750m )나 되는 고산이므로, 날씨가 평온치 않은 날에는 산행을 삼가야 한다.


■ 가는 길

이곳을 갈 수 있는 루트는 다양하다. Azusa쪽으로 들어가 Crystal Lake Camp Area (5,800´)에서 시작하여 Windy Gap을 거쳐 산행을 할 수가 있는데, 왕복 13.4마일에 순등반고도가 4,900´가 된다.

La Canada쪽으로 들어가는 Angeles Crest Highway (SR-2)를 이용할때에는, Islip Saddle (7,920´)에서 시작하면 왕복 13.5마일이 되고, Dawson Saddle (7,920´)에서 시작하면 왕복 9.6마일이 된다.

오늘은 산행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SR-2의 mile-marker 66.37지점(7,240´)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으로 기술한다.


이 경우에는 왕복 9마일의 산행이 되는데, I-210에서 SR-2 Exit 로 나와 동쪽으로 41.6마일을 가면 Mile marker 66.37이라는 표지가 서있는지점에 닿게 된다. 널찍한 남쪽 노변에 주차한다.


■ 등산코스

주차한 곳(7,240´)에서 동쪽으로 가까이에 남쪽의 능선을 향해 오르는 확연한 발자취를 볼 수 있으니 이를 따라 오르면 된다. 가파른 오름길이지만 불과 0.25마일의 짧은 거리로,바로 Windy Gap (7,588´) 에 서게 된다. 불과 10여분 만에 능선위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PCT와 중첩되는 능선구간인데, Mt. Baden Powell 로 가는 왼쪽 길을 따른다.

북쪽으로는 광대한 Mojave사막의 경치가 보이고, 남쪽 아래로는 두개의 산줄기가 양쪽에서 감싸고 있는 Crystal Lake 지역이 매우 아늑해 보인다. 동쪽의 줄기는 저 아래의 Rattlesnake Peak (5,826´)으로 이어지는 Hawkins Ridge 이고, 서쪽의 줄기는 Smith Mtn (5,111´)으로 이어지는 Islip Ridge 이다.

Smith Mtn 너머로 동서로 밋밋하게 뻗어있는 것은 Monrovia와 Wilson의 줄기이다. 우리가 지금 가고자 하는 Copter Ridge는 이 Hawkins Ridge너머의 동쪽에 있을 것이나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다.

Hawkins Ridge Trail Junction (8,380´)까지는 약 800´의 고도를 오르는 1.4마일의 구간으로 보통은 1시간 내외가 걸린다. 주로 능선을 따라 나 있는길 주변에는, 유난히 고사목들이 많이 서있는데 또 다른 각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이윽고 오른쪽으로 갈라져 나가는 Hawkins Ridge Trail Junction에 닿게 되는데 우리는 그냥 직진이다.

이제 비로소 Mt. Hawkins의 정상에서부터 남쪽으로 뻗어내리는 Copter Ridge 가 보인다. 30분 가까이 등산로를 따라가면 그리 커 보이지 않는 Mt. Hawkins 의 정상부를 길 오른쪽에 둔 채, 앞으로 나가게 되고, 곧이어 자그마한 능선 위에 오르게 되는데, 이때 오른쪽으로 바짝 꺾여 길이 나있는 것을 보게 된다. 직진하면 Throop, Burnham, Baden Powell 에 이르게 되나, 우리는 여기서 우측으로 꺾이는 길을 따라 간다. 불과 0.1마일 정도의 거리로 곧바로 Mt. Hawkins 정상(8,850´)에 올라서게 된다.

다소 생경한 단어인 Copter Ridge라는 이름은, 1953년에 이곳에 추락했던 B-47 Helicopter 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부여된 것이라고 한다.

이 Copter Ridge 는 처음에는 다소 거칠고 산만한 산세를 보이지만,능선을 타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편안하고 정결한 지세로 변모한다. 조선의 옛책 ‘정감록’에는 환란을 피하기 위한 10승지가 언급되어 있다는데, 바로 이러한 깊숙하고 평화롭고 산자수명한 지형과 지세를 이름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능선을 따라 내려온 북서쪽을 되돌아보면, Mt. Hawkins 와 Mt.Middle Hawkins 가 높고도 멀어 보인다. 다시 되돌아가야 할 곳이다.

인적이 없어 원시자연이라고 할 수 있을 아름다운 풍광을 음미하며 한발 한발 오르다 보면, 2마일 거리의 Mt. Hawkins 정상에 2시간 이내에는 올라서게 될 것이고, 그곳에서 주차지점까지는 2.5마일의 짧지 않은 거리이나 내리막이므로 1시간 반 정도면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같으면 오후 3시까지는 산행을 마친다는 계획으로 산행에 임하는 것이 안전하겠다.


<정진옥 / 재미한인산악회원>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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