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망을 이긴 소망’ 대 이은 사랑의 기적

2014-11-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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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문수-장성희씨 부부 : 수술 후 의식불명 아내 반년간 간병 끝에 소생

▶ ●아들 마이클 : 교통사고 전신마비 연인 온갖 수발 약속대로 결혼

‘사망을 이긴 소망’ 대 이은 사랑의 기적

장준수 집사(왼쪽부터)와 장성희 권사가 시각장애인으로 백악관 차관보를 지낸 사촌형 강영우 박사와 사진을 찍었다.

[장문수씨 부부-아들의 감동 스토리]

누구나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 심지어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도 기적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 기적은 남의 일로만 보인다. 하지만 기적을 부르는 힘이 있다. 바로 기도의 능력이다.

기적은 기적을 낳는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빚어내는 기적은 희생과 헌신을 통해 대를 이어 흐르기도 한다. 또 온 세상이 감탄하는 기적도 있는가 하면, 혼자만이 가슴 속에 곱게 간직하는 기적도 있다. 그리고 크든 작든 하나님이 베푸는 기적의 무게는 모두에게 동일하다.


장성희 권사는 지난 2008년 뇌막종양 수술을 받았다. 의사는 “일주일 후면 집에 갈 수 있고, 두세 달 지나면 완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33년을 간호사로 지내면서 중환자실을 비롯해 온갖 병원 일에 익숙한 장 권사는 안심했다.

그러나 수술이 끝나고도 장 권사는 깨어나지 않았다. 의식이 불명인 상태로 나날이 흘렀고 뇌압이 수시로 치솟았다. 그동안 중풍이 일곱 차례나 들이닥쳤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채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 몇 달이나 지났다. 의사도 포기했고 주변 사람들은 죽음을 받아들였다. 남편 장준수 집사는 예외였다.

“산소호흡기를 차고 24시간 잠만 자는 아내가 클레오파트라처럼 예쁘게 보였어요. 대소변을 갈 때도 아기 기저귀를 바꾸는 기분이었고요. 아내의 침대 옆에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었죠. 주님이 하신 일이었어요.”

반년이 지났을 때 장 권사는 마치 아침에 잠을 깨듯 눈을 떴다. 모두들 남편 장 집사가 ‘무식해서’ 아내를 살려냈다고 감탄했다. 의사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기도에 매달린 덕분이라는 칭찬이었다.

“우리의 기도를 모으시는 하나님이었어요. 침묵의 시간은 하나님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죠. 주님은 아내가 집안일을 하는 같은 꿈을 30명에게 주셨어요. 소망의 사인이었습니다. 절대 아내를 포기할 수 없었죠. 합심으로 이뤄낸 기도의 힘입니다.”

두 사람은 인생 최대의 위기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며 경험한 기적의 과정을 책으로 엮었다. 주님의 은혜와 사랑을 증거하고 나누고 싶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출판사 중의 하나인 쿰란출판사가 기꺼이 비용을 대고 책을 내줬다. 부부는 얼마 전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부부의 둘째 아들 마이클은 지난 8월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부 테레사는 전신이 마비돼 머리와 오른팔만 쓸 수 있다. 둘은 공인회계사(CPA)로 3년 동안 사내 연애를 했다. 교통사고를 당한 테레사는 50일 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었다.


아들은 장애인이 된 연인을 외면하지 않았다. 약속한 대로 결혼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불러 의지를 물었다. 아들은 “결혼을 약속했는데, 아프다고 안 하냐”고 대답했다. 지난 6년 동안 어머니를 향한 아버지의 헌신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목격했던 터였다. 하나님이 준 ‘눈 먼 사랑’은 환경과 조건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들도 아내의 똥과 오줌을 치우면서 즐거움을 갖는 거지요.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 좋아서 행하면 축복된 삶 아닌가요? 하나님의 원하는 삶이 천국이 되는 삶이라고 봅니다. 입장을 바꿔 우리가 며느리 부모라면 어떻겠어요? 훨씬 쉽게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큰 아들 대니얼은 지금 동생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결혼도 미뤘다. 아우와 제수가 자리를 잡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한 집에 살며 대화를 나누고, 함께 웃고 밥 먹으면서, 세 사람은 사랑을 온 몸으로 나눈다. 사랑은 단어가 아니라 행동이기 때문이다.

“저희는 신앙을 ‘7망’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사망 가운데 절망, 실망, 원망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소망을 붙잡고, 하나님을 앙망하는 것은, 모든 게 합해 하나님의 대망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정리했어요.”

인생의 길에는 낙담과 고독이 즐비하다. 힘겹게 무릎을 다시 세우는 이유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소망 때문이다. 그 와중에 기적은 꽃을 피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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