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멘토 덕에 자란다

2014-11-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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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용

장례식장에 ‘대니 보이’가 울려 퍼진다. 저녁노을에 물든 산골짝 동네가 목동들의 피리소리에 저물어간다. 고울림이라는 중창단의 노래 속에 고인의 거니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민 생활에는 세 사람을 잘 만나야 된다고 하는데 고인의 가는 길에 고마운 마음들이 안팎으로 가득하다. 힘들고 어렵던 시절 먹고 살기도 바쁘던 시절에 공인회계사였던 업계의 선구자이시다.

여름 가고 꽃이 떨어지니 목동들의 사색이 깊어진 계절에 먼저 가셨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업계의 멘토이던 김성철 장로님을 뵈러 다녀왔다. 고갯마루가 사랑 속에 묻혀 있다.

산골생활이 어려워도 대니네 동네 사람들은 행복해 보인다. 이민 보따리에는 희망을 담았다. 겨우 허리를 펴고 하루를 접는 코메리칸의 모습이 보인다. 한 시간을 일해서 겨우 햄버거 하나를 살 수 있던 시절. 최소 시급이라도 받는 일터만 있어도 감사하던 시절. 많은 봄ㆍ여름 보내고 오랜 꿈들이 가을에 알알이 영글었다. 반은 햄버거로 반은 사랑으로 무럭무럭 잘도 자랐다.


훌륭한 사람 뒤에는 멘토가 있다고 한다. 그동안 수많은 스승들을 모셨다.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친다고 모두가 평생 멘토일 수는 없다. 촌철살인이라고 말 한 마디에 사업에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멘토가 있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고인도 지혜의 디딤돌을 놓아준 여러 멘토 중의 한 분이였다.

형님은 삼십년 무사고 운전의 멘토이다. 고국에 갈라치면 온갖 일들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전망 좋은 산 속에 오랫동안 외롭게 계시는 조상 묘를 찾는 산행은 언제나 우리를 어린 시절로 데리고 간다. 호랑이 담배 피울 적 이야기부터 동네방네 소문까지 출발에서 도착까지 몇 시간이고 최신 뉴스처럼 들려준다. 형님은 반듯한 자세로 항상 양손으로 핸들을 잡고 운전한다. 안전운전이 최고의 운전이라며 조용히 앞만 보고 달린다. 평생을 운전하면서 그의 겸손한 운전 태도에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발품을 팔아 건물을 찾아 횡재를 만난다. 천성이 근면하면 밥걱정은 없다고 한다. 20년 전부터 하숙집을 운영하는 가까운 장로님은 부동산 멘토이다. 진흙에 숨어 있는 보석을 찾는 심정으로 건물을 찾아다닌다. 일단 손 안에 들어오면 기름 치고 광내서 건물이 진주처럼 빛나게 만드는 근면한 재주를 가졌다. 날이면 날마다 쓸고 치우니 뒷골목도 앞길처럼 깨끗해진다.

평정심이 전문인의 마음이라고 배운다. 회계업무는 때때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도 한다. 테니스 시합 뒤에 그와 같은 테이블에 앉으면 참가상을 탄 거나 진배없다. 당대 최고의 전문인의 삶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돈 앞에 약하지 말고 당당하라고 이야기한다. 10여년 전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나 이번에 갔을 때나 실내에는 행장들과 CEO들의 화환이 환하게 밝히고 맞이하고 있다. 밤하늘의 북극성은 길 찾는 나그네의 나침판이 되듯이 그는 동업자로서 흠모의 대상으로 오래오래 가슴에 남아 있다.

교회당에 모인 가슴들에 피리소리가 울린다. 깊은 산골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은 흐르고 흘러 어디로 올라가나. 조용한 아우성이 가슴을 두드린다. 고마운 멘토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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