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탁! 탁! 새벽 죽도 소리, 영성 일깨우고…

2014-11-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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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복 목사의 ‘연검제’ 도장서 1년째 수련

▶ 집중력·단합력 강해져 사역활동 큰 도움

탁! 탁! 새벽 죽도 소리, 영성 일깨우고…

새생명비전교회 목회자들이 연검제 도장에서 검도 훈련을 마치고 자리를 함께 했다.

■ 새생명비전교회 ‘5인의 목회자 검객’

육신이 건강한 사람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담긴다. 거기에 영혼의 강건함이 더하면 아침 햇살 같은 기상이 서린다. 몸을 다스리는 운동이 신앙도 다듬는다. 땀을 흘리는 순간에 육신뿐 아니라 마음에 틈탄 때까지 쓸려나가기 때문이다. 연검제 검도 도장에는 십자가가 높이 달려 있다. 그 밑으로 70여 개의 호구가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다. 미주 한인 도장 가운데는 가장 큰 규모라고 할 수 있다. 관장은 검도 7단의 김영복 목사다. 지금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한국 검도계의 대선배로 불리는 유명한 검사(劍士)다. 그가 맡은 학교의 검도부마다 전국대회를 휩쓸었고 지금도 이런 기록은 전설로 회자될 정도다. 실전은 물론 훈련과 교육에서도 그의 이름 석 자는 막강한 울림을 남겼다.


연검제 도장은 새벽부터 퇴근시간이 지난 저녁까지 외치는 기합과 내뿜는 거친 호흡으로 가득 찬다. 특히 수요일과 금요일 이른 아침이면 다섯 명의 목회자 ‘검객’들이 마룻바닥을 울리며 죽도를 내리친다.


새생명비전교회의 박해영 목사와 장원욱 목사, 석희정 목사, 송은익 목사 그리고 조광범 전도사가 그들이다. 새벽마다 기도의 제단을 쌓는 사역자들이 이 날에는 서둘러 예배를 마치고 투구를 쓴 채 땀을 쏟아낸다.

지난해 7월부터 빠지지 않고 수련을 이어온 이들에게 오는 12월 승단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바야흐로 초단을 따고 유단자가 되는 영광을 누릴 참인 것이다.

“검도는 쉴 새 없이 뛰어야 합니다. 당연히 하체가 단련됩니다. 죽도를 쓰다 보니 어깨도 강해졌고요. 동료 목회자들과 함께 1년이 넘게 훈련을 하니까 ‘전우애’가 생겼습니다. 물론 목회 현장에서도 협력이 훨씬 더 잘 되죠. 강준민 담임목사님도 저희들이 함께 운동하는 걸 반기시고요.”몽골 선교사로 오랫동안 사역했던 박해영 목사는 지난해 몸이 아픈 같은 교회의 동료 목사에게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이왕이면 보다 건강한 몸을 나누자고 시작한 게 검도다. 이식수술은 불발됐지만 덕분에 다섯 명의 사역자들이 영육을 단련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막 수련을 마치고 땀으로 범벅된 얼굴은 뿌듯한 만족감으로 가득 차 보였다. 목회자들은 한결같이 몸과 영혼에 주는 검도의 유익함을 강조했다.

“관장님 프로파일을 읽고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땀을 흘리고 운동하고 나면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평안과 감사가 커지는 느낌이 몰려옵니다.”“집중력이 강해졌습니다. 정신이 맑아져서 신앙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힘든 때도 사역에 집중할 수 있어요.”“검도는 대결을 통해 예의와 배려를 익힐 수 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검도클럽을 만들어 신앙훈련에 접목하고 싶은 비전이 생겼어요.”“한어권 목사님들과 영어권 사역자들이 함께 어울릴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이렇게 같이 땀 흘리며 검도를 하니까 정말 친해졌어요.”연검제 관장 김영욱 목사는 현재 한인 사범들로 구성된 전미주 검도협회(ASKF) 결성을 추진 중이다. 캘리포니아, 뉴욕과 뉴저지, 시카고 등지의 20여개 도장이 참여해 12월 출범할 예정이다. 이제껏 대부분 도장은 일본계가 주도하는 US 켄도협회(USKF) 회원으로 운영됐다.

“지난 9월 열린 대회에서 갑자기 시합을 중지시키고 모든 선수들은 일본어로 기합을 지르라고 명령하더군요. 따르지 않으면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일본계 사범들이 전횡을 일삼았죠.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후배들을 생각해서라도 제가 나서서 길을 터놓아야죠.”김 목사는 모든 경기와 행사가 주일에 열리는 문제도 더 이상 따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검도의 전통과 자존심을 되찾는데 한인 검도인들의 참여를 부탁하기도 했다.

“검도는 신라시대부터 한국이 체계화 시켰습니다. 머리에 투구, 손목에 토시, 몸통에 갑옷을 입고 훈련했어요. 목검이 무더기로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다만 경기화 하는데 앞선 거지요.”김 목사는 엘살바도르에서 도장을 열고 선교하는 제자를 소개하면서, 신앙과 접목해 한국 검도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 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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