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절름발이 지도자

2014-10-1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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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보이지 않던 김정은이 14일 40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사라진 동안 국내외에서는 쿠데타로 연금돼 있다는 설, 뇌졸중으로 뇌사상태라는 설, 심지어는 정신병에 걸렸다는 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그가 지팡이를 짚은 모습으로 서둘러 등장한 것은 이런 온갖 억측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인 것 같다. 전문가들은 사진으로 본 그의 무릎이 부어 있는 것으로 봐 무릎 관절 수술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종적을 감춘 동안 한반도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났다.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 북한 실세들이 인천 아시아 게임 폐막식 참석을 명분으로 한국을 다녀갔고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날리자 북한은 고사정포를 쏘기도 했다. 한손으로 악수를 하는 척 하다 다른 손으로 뒤통수를 치는 전형적인 북한의 수법이다.

북한이 실세들을 총출동시켜 한국으로 보낸 것은 그만큼 관계 개선을 강하게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고 사상 처음 전단 살포에 대해 총격을 가한 것은 전단에 크게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이 전단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큰 인기라 한다. 그 이유는 전단과 함께 1달러짜리 지폐를 보내는데 이를 줍는 재미가 쏠쏠 하다는 것이다. 전방 부대에서는 북한군 지휘관들이 부하들을 병영에 남겨 두고 새벽에 일어나 전단을 먼저 줍기 위한 야산을 뒤지는 일도 흔하다 한다.


달러가 필요한 것은 북한군 장교만이 아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가 지금 절실히 원하는 것이 달러다. 중국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고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후 북한은 마른 돈줄에 애가 타고 있다. 북한의 삼거두가 내려온 주목적은 금강산 관광을 금지한 5.24 조치 해제라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에 총격을 가하면서도 고위급 회담 자체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들이 얼마나 5.24 조치 해제를 원하고 있나를 보여준다.

이들의 이런 강온 양면 작전은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효과도 있다. 벌써부터 일부 야권은 5.24 조치를 해제하고 전단 살포를 막으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5.24 조치는 북한이 금강산에 관광 간 한국 민간인을 무참히 살해하고 지금까지 아무런 해명도, 사과도, 재발방지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내려져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푸는 것은 앞으로도 관광객을 마음대로 쏴죽이라는 것과 같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민간인의 전단 살포를 정부가 막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스위스 치즈를 혼자 많이 먹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김정은은 고도비만과 당뇨에 고혈압, 통풍과 심장질환까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겨우 서른 나이에 절름거리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그의 모습은 병든 북한의 상징이다. 북한을 제대로 이끌려면 5.24 조치 해제 요구나 총질보다 살부터 빼는 게 좋겠다. 스위스 치즈를 북한 주민들에 나눠 주는 것부터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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