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4-10-14 (화) 12:00:00
하나님 거기서 화내며 잔뜩 부어 있지 마세요
오늘따라 뭉게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들판은 파랑물이 들고
염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데
정 그렇다면 하나님 이쪽으로 내려오세요
풀 뜯고 노는 염소들과 섞이세요
염소들의 살랑살랑 나부끼는 거룩한 수염이랑
살랑살랑 나부끼는 뿔이랑
옷 하얗게 입고
어쩌면 하나님 당신하고 하도 닮아서
누가 염소인지 하나님인지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거예요
놀다 가세요 뿔도 서로 부딪치세요
- 신현정 (1948- ) ‘하나님 놀다 가세요’ 전문
하나님께서 무슨 일로 화가 나서 잔뜩 부어 계시나보다. 화난 하나님을 화자는 세상의 평화로운 풍경 속으로 초대한다. 푸르른 언덕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들은 하나님의 신성을 닮았다. 그들 곁에 내려오셔서 뿔도 부딪치고 매애 매애 노래도 하며 함께 언덕을 노닐다보면 하나님의 화는 아무도 모르게 다 풀릴 것이다. 신의 화가 그러실진대 사람의 화쯤이야 말하여 무엇 하리. 천국이니, 정죄니 무거운 말은 사라지고 순결한 지상의 하루가 빛나고 있다.
- 임혜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