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믿음·실력의 하모니로 은혜 나누죠”

2014-10-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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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KMA 오케스트라 지휘자 윤임상 교수

▶ 다민족 단원들로 구성 디즈니홀서 매년 연주회 수익금 전액 선교에 기부 이민교회 음악교육 열정 “영성 갖춘 신앙 가장 중요”

“믿음·실력의 하모니로 은혜 나누죠”

윤임상 교수와 라크마 오케스트라 및 코럴이 디즈니 홀에서 공연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작곡가 멘델스존은 두 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금융인 아버지 덕에 아주 부유했죠. 모차르트나 베토벤 등 다른 작곡가들이 가난에 시달린 점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리고 멘델스존은 아주 신실한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첫 작품도 ‘성 바울’이었죠. 그는 구약의 열왕기상 내용을 갖고 오라토리오 ‘엘리야’를 만들고 공연하는데 그야말로 온힘을 기울였습니다. 그가 서른여덟의 젊은 나이에 숨졌을 때 사람들은 ‘엘리야’에 생명의 진액을 쏟았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지난 5일 패사디나에 위치한 사랑의빛 선교교회에서 선교사 후원 음악회가 열렸다. 라크마(LAKMA) 오케스트라 지휘자 윤임상 교수의 지휘봉이 허공을 가르며 열정적인 찬양을 빚어냈다.

라크마는 지난달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자리 잡은 월트 디즈니 홀에서도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세계적인 음악당인 월트 디즈니 홀에서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갖는 한인 오케스트라는 매우 드물다. 현역 전문 음악인들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순전히 자선 음악회를 이어가는 것은 라크마가 유일하다.


라크마는 음악이라는 은사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넓혀가는 크리스천 모임이다. 디즈니 홀 정기음악회와 연말에 장학생과 함께 꾸미는 연주회, 이밖에도 교회의 자선음악회에 동참해 무료로 공연을 선사한다. 한 번 음악회를 갖고 나면 수만달러의 수익금이 모이고 전액을 선교사역에 기부한다. 연주에 드는 비용은 라크마가 부담한다.

대표와 지휘자는 한인이지만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모두 다민족으로 꾸며져 있다. 각종 악기 연주자가 모여야 하는 오케스트라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코럴 합창단이 다민족으로 구성된 건 아주 특이한 경우다. 한인, 백인, 흑인, 중국인, 일본인, 핀란드인 등 11개 종족의 프로 성악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모두 전문 공연 무대에 서는 음악가들이다. 이번 디즈니 홀 공연에서도 다민족 테너와 베이스가 무대에 올라 ‘보리밭’ ‘그리운 금강산’ ‘명태’ ‘고향의 봄’ 등 한국의 가곡을 열창해 뜨거운 갈채를 모았다.

“교회 음악은 두 가지 기둥이 바로 서야 합니다. 하나는 신앙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적인 실력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은사에 대한 신실한 자세가 물론 먼저입니다. 하지만 은혜만 앞세우고 수준이 떨어지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청중에 대한 일종의 고문이에요. 주님의 일을 한다면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고민하며 무대에 올라야 합니다. 일반 음악회보다 더 어려운 거죠. 음악을 통해 은혜의 감동을 전해야 하니까요.”

윤 교수는 월드미션대학교 음악학과장이다. 이 학교에서 음악학과를 만들고 10년 넘게 제자들을 키우고 있다. 이전에는 셰퍼드대학에서 음악학과를 창설했다. 이민교회 음악교육에 남다른 공을 쌓은 셈이다. 현재 LA 코리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도 맡고 있다.

“신학교에서 교회음악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게 신앙입니다. ‘엘리야’ 같은 대작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멘델스존이 죽기까지 자신을 불태운 신앙적 헌신과 열정을 우선 이해해야 합니다. 그냥 ‘나도 한 번 공연한다’는 자세로는 엘리야를 통해 하나님께서 펼치신 메시지를 전할 수가 없어요. 영성은 교회음악의 바탕입니다.”

윤 교수는 최승호 단장을 라크마를 이끄는 숨은 저력이라고 소개했다. 최 단장은 의사이지만 음악을 통해 세상을 섬기고 복음을 전파하는데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와 코럴을 유지하고 음악회를 열려면 적지 않은 재원이 필요합니다. 정작 본인은 2000년형 낡은 자동차를 몰고 다녀요. 저희 모두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은사를 최대한 발휘해 복음을 나누는데 일조하자고 다짐할 뿐입니다. 음악을 만드신 분도, 공연의 주인이 되신 분도, 감동을 이끄시는 분도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니까요.”

윤 교수는 대화 끝자락에 사도 바울의 말을 언급했다.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오직 복음을 전하는 일에 전념한다’는 기본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가지>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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