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라티노 교회·이웃과 연합 사역 활발

2014-10-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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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대형교회가 세운 비전교회 ‘LA 온누리교회’ 창립 10년

▶ 히스패닉 목회자에 제자양육·QT 교육, 주중 스패니시 예배… 찬양·전도 함께

라티노 교회·이웃과 연합 사역 활발

LA 온누리교회가 마련한 오픈행사에 참석한 라티노 교인들을 한인 성도가 안내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8가와 후버에서 7가와 알바라도 사이 구역은 독특한 색채를 갖고 있다. 한인 타운이지만 한인 상가들과 히스패닉 상권이 겹치면서 라티노 주민들이 밀집해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히스패닉 교회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교회들은 언뜻 눈에 띄지 않지만 건물 한 구석에 조그맣게 터를 잡고 수시로 하나님을 찬양한다.

지난달 27일 주말 오후 동네 한편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한인들과 히스패닉 주민들이 어울려 함께 예배 드리고 찬양하며, 음식을 나누고 대화의 꽃을 피웠다. 로스앤젤레스 온누리교회가 마련한 ‘비전 빌리지’ 오픈하우스 행사에 라티노 이웃을 초청한 것이다.

LA 온누리교회는 지난해 이곳에 성전을 구입하고 올해부터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본격적인 입당행사를 준비하다 주변의 히스패닉 교회와 주민을 초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마침 교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다민족 선교사역의 하나로 잔치를 치렀다.


교회 주차장에 한식과 라티노 음식을 차려놓고 ‘축제 한마당’을 열었다. 찾아온 히스패닉 성도와 주민에게 선물도 전달했다. 바로 옆에 한인타운이 위치해 있지만 히스패닉 이웃에게는 정작 한식이나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히스패닉 목회자를 대상으로 ‘일대일’ ‘큐티’ ‘와이 미션’ 등 사역 교재를 전달하고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한국어와 스패니시로 ‘비전 예배’를 다 함께 드렸다. 이 교회 이정엽 담임목사는 한인사회와 라티노 커뮤니티가 진정으로 이해를 넓히는 공간이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 업주와 라티노 종업원이라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친구이자 이웃으로 한국 문화를 오픈한 것입니다. 이제 처음 문을 연 셈이죠. 히스패닉 교회의 목사님과 교인들을 포함해 라티노 이웃만 130여명이 참석했어요. 물론 한인들도 많이 왔죠. 스패니시로 준비한 자료가 많다고 놀라더군요.”

이 목사는 앞으로 10개 라티노 교회를 선정해 연합 사역을 벌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자 양육, QT, 선교훈련, 소그룹 등 각종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스패니시 교재를 제공하면서 전도와 컨퍼런스 등을 함께 꾸려갈 예정이다.

“목요일, 금요일 저녁이면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성경을 들고 가는 라티노 성도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주중 예배를 드리려 교회로 모여드는 겁니다. 이곳에 이사와 소음 항의를 들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주변 히스패닉 교회들의 찬양 소리가 훨씬 커서 우려를 씻었죠. 그들을 보면서 겸손을 배웁니다. 우리가 본받을 점이 많습니다.”

LA 온누리교회는 서울 온누리교회가 미주 지역에 세운 ‘비전교회’중 하나다. 보스턴, 시카고, 뉴욕을 비롯해 괌, 앵커리지와 캐나다 밴쿠버까지 13개 교회가 세워졌다. 이 가운데 10개 교회가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교회의 규모는 각양각색이다. 11년 전 가장 먼저 문을 연 어바인 온누리교회는 2,000명이 모이고 있지만 아직 100명이 채 안 되는 교회도 있다.

비전교회에는 한국의 대형 교회가 이민사회에 세운 사실상 ‘지교회’라는 비판이 줄곧 따랐다. 그런가 하면 이민교계의 발전과 성장에 기여한다는 지지도 적지 않다. 이 목사는 ‘건강한 교회’와 ‘선교적 교회’가 비전교회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는 목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큽니다. 목사의 설교나 예배에만 집중된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의 여러 문제도 여기서 파생된다고 봅니다. 평신도가 리더로 성장해 또 다른 교인을 말씀으로 양육하게 돼야죠. QT나 일대일, 소그룹 등도 결국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에요. 평신도가 중심이 되는 건강한 교회가 선교로 이어지기 위한 길입니다.”

LA 온누리교회는 요즘 프레즈노에 집단 거주하는 동남아시아 몽족 선교에 열심이다. 5만5,000여명이 살지만 아직 변변한 교회건물이 없기 때문이다.

과연 한국의 대형 교회가 세운 비전교회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한국에서 온 담당목사가 순환근무를 하는 시스템에 큰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속적인 리더십을 확보하면서 어떤 모양으로 선한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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