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는 바리새인 유형? 예수를 닮은 생활형?

2014-10-01 (수)
크게 작게

▶ ■ 기독교인들 신앙과 실천상황 조사

▶ ‘나의 의로움을 잣대로 행동’ 바리새인 유형이 51%, ‘그리스도 처럼 생각하고 살려고 노력’은 14% 그쳐

나는 바리새인 유형? 예수를 닮은 생활형?

한국의 한 교회에서 교인들이 뜨겁게 기도하고 있다.

예수를 구세주로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야 한다. 교회를 다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과 명령을 무시한다면 크리스천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기독교인들은 얼마나 예수 그리스도와 닮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2000여 년 전 유대사회의 바리새인처럼 사실상 자기의 의로움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크리스천 여론조사기관인 바나 리서치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젊은 비기독교인 가운데 84%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크리스천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기독교인과 구별되는 선한 라이프스타일을 크리스천 지인에게서 발견한다’고 인정한 사람은 15%에 불과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서 교회와 크리스천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바나 리서치그룹은 스스로를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미국 전역의 크리스천을 대상으로 신앙의 자세와 실천 상황을 조사한 뒤 분석한 자료를 내놓은 바 있다.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실천하고 행하는지, 최소한 예수를 따르는 자세는 갖고 사는지, 아니면 자신의 의로움을 따라 행하는지, 또는 신앙행위나 자세 모든 면에서 자신의 의로움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등 네 항목으로 나뉘어 총 20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조사 결과는 ‘바리새인 유형’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크리스천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가 신앙과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의로움을 잣대로 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는 반대로 예수처럼 생각하고 예수처럼 실천한다는 ‘예수 그리스도 유형’은 14%로 7명 중의 1명꼴을 차지했다.

이와 함께 중간지대에 소속된 사람들도 상당수에 달했다.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자세로 살아가려 하지만 바리새인 같은 행동을 종종 보인다고 답변한 크리스천은 21%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의 14%는 예수를 닮은 행동을 하지만 실제 동기는 자기의 의로움 때문인 위선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와 같은 조사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상대로도 진행됐다. 신학과 교단 방침이 복음주의에 근거를 둔 교회에 소속된 크리스천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처럼 실행하지도 않으며 삶의 자세도 따르지 못한다는 ‘바리새인 유형’ 응답자는 38%로 집계돼 전체 기독교인보다 적었다. 이와 비교해 ‘예수 그리스도 유형’은 23%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또 예수의 실천과 바리새인의 자세가 섞인 상태라고 자신을 평가한 사람이 25%였으며 이와 반대되는 유형으로 평가한 크리스천은 15%를 차지했다. 예수 그리스도 유형과 바리새인 유형이 뒤섞인 이중적 중간 그룹의 경우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전체 크리스천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편 장로교, 감리교, 성공회 등을 제외한 소위 비주류 교단의 기독교인들에서는 19%가 ‘그리스도인 유형’으로 정체성을 밝혔으며 여성의 18%, 대학 이상 졸업사의 18%가 여기에 동의했다.

지난해 실시된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놓고 바나 리서치 데이빗 키너맨 사장은 “신앙적 자세나 행위에 있어서 동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올바른 일’을 하지만 동기가 부적절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키너맨 사장은 “부도덕하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쉽다”면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자기 의’를 내세우는 과오보다는 ‘의롭지 못함’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작 편안한 자신의 신앙생활에 닥친 도전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독교 지도자들은 ‘막연한 신앙적 자세’보다 ‘바른 신앙행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명확한 결과가 나타나는 신앙 실천에 초점을 맞춰 교인을 가르치고 인도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walkingwithj@gmail.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