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구원의 성막에 들어가서 번제는 드리지 않고 뜰만 거닐면 무슨 소용

2014-09-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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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막 세미나’ 사역자 송택규 목사

▶ 말로만 ‘믿는다’하면서 구원 받았다는 것은 착각, 성품 변화·거룩한 실천이 구원을 완성하는 길

“믿음은 입이 아니라 마음으로 믿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실행이 중요해요. 예수 그리스도를 진짜 믿는다면 심성의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조금씩이라도 성품의 변화가 생겨야죠. 하나님께 의롭다고 칭의를 받은 뒤에는 반드시 거룩하게 살아가는 삶이 따라야 합니다.”

송택규 목사는 ‘성막 세미나’를 인도하는 사역자로 알려져 있다. 유인대학 부총장과 로드랜드대학 신학대학장을 지내고 남가주 목사회 부회장을 역임한 송 목사는 믿음의 실천을 강조하는 목회자다. 지금도 페이스대학교에서 실천신학을 강의하고 있다.

송 목사는 최근 ‘성막 영성’이라는 책을 펴냈다. 광야를 떠돌던 유대 민족이 번제를 드리던 성막과 구원의 과정을 연결해 설명하는 내용이다.


송 목사는 개신교의 원조인 존 캘빈이 주장한 ‘구원의 서정’을 예로 든다. 성전의 회막 문을 열고 들어가는 단계는 세상에서 돌아서 하나님을 찾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성전 뜰에 들어선다는 것은 회개가 이뤄지고 믿음이 시작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번제단은 예수 십자가 사건을 통한 칭의의 단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사장이 손과 발을 씻는 물이 담겨진 물두멍은 성령을 만나 세례를 받고 영적으로 부활하는 중생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성소는 여호와 하나님이 임재하는 궁극적인 단계로 천국생활을 의미한다.

“성막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구원이 시작되는 겁니다. 광야는 세상과 같죠. 성막은 하나님이 임하시는 곳입니다. 성막에 들어섰으면 번제를 드리고 제사를 완성해야 합니다. 성막에 들어와서 성전 뜰만 밟고 다니다 끝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구원은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로 이뤄지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이 해야 할 역할과 지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말로만 ‘믿는다’고 한다고 해서 구원의 과정이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마라톤 선수가 일등을 하겠다고 굳게 믿는다고 해서 출발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일등을 하겠습니까? 성경에서 사도 바울은 ‘참 복음을 들으면 참 믿음이 생기고, 참 믿음이 있으면 행함이 따르게 된다’고 말했고 야고보 사도는 ‘행함이 있어야 구원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바울이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한 것은 믿음을 강조한 것이지 행실은 아예 필요 없다고 한 게 아닙니다.”

송 목사는 입으로 ‘믿는다’고만 하면 구원이 끝난 것처럼 착각하기 때문에 기독교가 타락한다고 말했다. 사도 바울은 믿음과 행위의 양면성을 강조하면서, 믿음이 곧 행위라는 사실을 말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교파마다 구원을 설명하는데 차이가 있어요. 예를 들어 장로교는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예정론을 강조하는 칼빈주의를 따르고, 감리교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책임을 강조하는 알마니안 사상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모두 성경에 있는 거예요. 대립될 사상이 아니라 하나로 수용되어야 하는 거지요.”


하나님의 원칙이 무너지고 인본주의가 판치며, 기독교가 윤리와 도덕을 상실한 채 세속적인 종교로 변질되고 있다고 송 목사는 안타까워했다.

“교회만 나오면 다 구원 얻었다고 하니까 구원을 경시하는 풍토가 조성됐어요. 청소년들도 정신적 공황에 빠져 교회를 떠나고, 어른들도 믿음에 확신을 갖기 못하고 허전해 하고 갈급해 합니다. 하나님의 방향을 따라가는 게 구원의 길입니다. 자기 힘으로, 자기가 정한 방향을 가니까 사고가 나는 거죠.”

기독교는 산에서 도를 닦는 종교가 아니라 역동적인 신앙이라고 송 목사는 표현했다. 또 죄인들의 세상에서 활동하는 성령과 함께 하나님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가는 게 기독교라고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행위가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말에 힘을 주었다.

“입으로 ‘믿습니다’를 외치며 교회에서 봉사한다고 다가 아닙니다. 삶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당부한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분의 성품을 닮아가야 해요. 그래야 교회가 살고 기독교가 살고 이 세상이 삽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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