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형 위주의 과시성 선교 탈피, 새 시대 맞게 업그레이드 해야

2014-09-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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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선교연구개발원 ‘비전의 밤’

▶ 선교전략·노하우 개발 40년, 걸출한 선교사·목회자 육성, 태국에도 곧 선교훈련 캠프

외형 위주의 과시성 선교 탈피, 새 시대 맞게 업그레이드 해야

동서선교연구개발원 사역자들이 ‘비전의 밤’ 마지막 순서로 함께 찬양하고 있다.

한국 교회가 전 세계에 파송한 선교사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한때 이런 통계를 갖고 ‘선교대국’을 운운했다. 질적 수준이나 영적 열매를 차근차근 쌓아 가기에는 안목도 가치관도 부족했다. 물량주의와 과시욕 그리고 외형적 성장 중독증이 선교에도 그대로 스며든 결과다.

선교지에서도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현지인의 깊은 마음을 사기보다는 후원 교회에 보고할 교인수 늘리기와 교회 건축에 급급했다. 현지인 사역자나 다른 나라 선교사가 열심히 섬기고 있는 지역에 들어가 버젓이 교회를 개척해 원성을 사는 경우가 지금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옛 속담대로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을 것인가.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복음을 나누는 일은 변치 않는 지상명령이다. 유명하지도 않고, 돈도 없는 선교사와 가족들이 선교현장에서 겪고 참아내는 고통과 희생은 상상을 초월한다. 판에 박힌 듯 무의미한 교회생활을 이어가며 선교에 손끝도 적시지 않은 성도라면 왈가불가할 처지도 아니다.


“21세기의 급변하는 상황 가운데 세계 선교의 촉매제 역할을 하길 소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제 한국 교회도 세계적인 수준의 선교사를 육성해 합니다. 첨단 기술사회에 걸 맞는 선교전략을 연구해야 하고요.”동서선교연구개발원(EWC) 대표 박기호 목사(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 교수)는 지난 13일 풀러신학교에서 열린 ‘비전의 밤’ 행사에서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회와 선교단체의 내적 성장과 선교지를 둘러싼 국제 환경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준비와 도약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날 만찬은 40년이 넘는 관록을 지닌 동서선교연구개발원이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알리며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21세기 선교행진에 동참을 촉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국 선교의 대부 조동진 목사는 지난 1973년 체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선교를 위해 이 단체를 설립했다. 지금은 패사디나 풀러신학교 바로 옆에 본부를 두고 한인 선교사 개발과 교육은 물론 아시아 선교전략과 노하우를 모든 나라 선교사에게 전수하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모양으로 동서선교연구개발원을 거쳐 간 면면을 되새기면 새삼 묵직한 무게가 느껴진다. 한국 교회의 선교를 이끌어간 선교사들부터 목회자와 세계적인 교수진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이 이곳에 집중한 힘과 은혜가 한 눈에 펼쳐진다.

이은무, 김활영, 이재환, 한정국, 정민영, 강승삼, 모두 동서선교연구개발원이 낳은 충실한 선교사들이다. 이들 밖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복음을 전파한 선교사들은 수천 명을 헤아린다. 또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어 전역에서 목회자들이 선교훈련을 받으며 이곳을 거쳐 갔다.

이철, 최자실, 홍정길, 하용조, 정필도, 피종진 등 수많은 목사들이 젊은 날 이곳에서 훈련을 받고 선교의 비전을 가슴에 품게 됐다. 이들은 교회가 크게 성장하면서 선교의 강력한 버팀목이 됐다.

동서선교연구개발원의 강단에 선 선교사와 신학자들은 그야말로 세계 선교의 견인차들이다. 풀러신학교를 선교의 중심으로 세운 도널드 맥거브런을 비롯해 랠프 윈터, 피너 와그너, 데일 키츠먼, 찰스 크래프트, 루이스 부시. 폴 피어슨 등 이름부터 귀에 익은 전설적인 대가들이 즐비하다.


설립자 조동진 목사는 이날 화상을 통해 인사말을 전했다. 바로 다음날 90세 생일을 맞은 조 목사는 정정한 모습으로 선교개발원의 의미를 강조했다.

조 목사는 “전 세계에서 동시 협력하며 선교사역을 추진해 가는 게 동서선교연구개발원의 의미”라며 “새 시대, 새 선교전략을 짜고 지도자를 육성하는데 모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사무총장인 엄경섭 목사는 ‘선교와 돈’ ‘선교적 교회’ ‘비즈니스 선교’ 등 이제껏 다뤄 온 연구 주제들을 설명하고 선교사 부인과 자녀를 위해 진행돼 온 사역을 소개했다. 엄 목사는 “동서선교연구개발원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와 제3세계에서도 처음 탄생한 선교훈련기관”이라면서 “한국과 미국에 이어 태국에도 캠프를 마련할 것이고 2016년부터는 문화교류학 석사학위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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