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당신의 교회는 건강하십니까

2014-09-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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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 있는 교회’ 구별하기

▶ 가족 같은 유대감 유지 ‘건강’, 바깥 세상 위해 기도 안하고 예배형식 싸고 갈등 크면 ‘골병’

당신의 교회는 건강하십니까

건강한 교회는 예배 스타일과 관계없이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교회의 예배 모습.

건강한 교회가 바른 구실을 하기 마련이다. 맑고 효능적인 조직은 물론 사랑과 헌신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건강성은 모든 사역의 토대를 이룬다. 진정한 부흥이나 수고의 열매도 결국 얼마나 교회의 영성이 건강한 가에 달렸다. 사우스이스턴 신학대학원 대학원장이며 선교학 교수이기도한 척 로울리스 박사는 ‘건강한 교회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지난 1일 핵심 내용 열두 가지를 발표했다. 건강한 교회는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는지, 반대로 무슨 문제가 교회의 건강을 해치는지, 한인교회도 교훈으로 삼을만한 내용이다.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은 예배 스타일 등 교인 간에 의견 차이가 클지라도 건강한 교회일수록 강한 결속력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족과 같은 유대감이 불일치가 주는 갈등을 뛰어넘는다.

설문 조사에서 많은 교회들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이런 교회들은 건강을 찾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고 다른 교회들보다 훨씬 컨설팅 효과가 컸다.


건강하지 못한 교회에서는 목사 등 교회 스태프를 위해 정기적으로 기도하는 성도가 별로 없다는 결과도 나왔다. 기도팀 조차 요청이 없으면 교회 사역자를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지상명령인 제자화 및 전도에 허약한 교회들일수록 건강성이 뒤떨어졌다. 병든 교회의 가장 큰 특성이 바로 제자 훈련과 전도 훈련이 약하다는 점이다.

또 건강이 허약한 교회들은 기도 제목은 많이 나열하지만 정작 기도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고나 정리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와 함께 헌신된 소수의 교인이 거의 대부분의 교회 일을 도맡아 하는 교회도 문제로 드러났다. 이처럼 병든 교회에서는 다른 성도는 자신의 은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지낸다.

건강성이 취약한 교회에서는 예배 형식을 둘러 싼 갈등은 여전히 첨예한 것으로 밝혀졌다. 설교 시간이나 찬양 스타일 등 예배를 둘러 싼 견해 차이가 큰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주차 또는 교회시설 사용 공간과 관련된 문제가 적지 않지만 건강하지 못한 교회에서는 이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병든 교회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교인들은 거의 이런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는다. 가장 일찍 교회에 와서 제일 늦게 돌아가기 때문에 자기는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교회 내부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심각한 갈등 요인으로 지적됐다. 교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교인이 매우 많은 실정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교회 예산의 15%를 선교에 투입하고 있지만 교인들은 이를 전혀 모르는 교회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인 점은 교회가 훈련을 시켜주면 복음을 보다 잘 전할 수 있다고 대답한 성도가 많다는 점이다. 문제는 교회가 적절한 제자 및 전도 훈련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교회에 소속된 교인의 특징은 자신의 신앙에는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다른 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믿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가족 같은 사랑의 관계를 맺기는 힘들어지는 건 물론이다.

이와 함께 세계 선교를 위해서 정기적으로 기도하지도 않는다. 건강하지 못한 교회에서는 바깥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열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로울리스 박사는 이번 조사 결과가 건강한 교회와 건강을 잃은 교회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조사에 응한 교회는 다행히 외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수 많은 교회들이 안으로 곯아터진 종양을 인정하지 않은 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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