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부르는 오페라
2014-09-03 (수) 12:00:00
LA극장에서 ‘몬티 파이슨 라이브 모스트리’(Monty Python Live Mostly)를 봤다. 영국 런던의 O2 아레나 극장 무대에 올랐던 ‘45주년 기념 몬티 파이슨 리유니언’의 마지막 공연을 위성으로 미국의 한 극장에 앉아 본 것이다.
‘몬티 파이슨’은 1969년부터 영국 BBC를 통해 방영된 롱런 코미디 쇼다. 유명 감독 테리 길리암과 테리 존스, 코미디 배우 존 클리스, 에릭 아이들, 마이클 폴린 그리고 고인이 된 그레이엄 채프먼 이렇게 6명이 함께 대본을 쓰고 연기를 하며 만든 TV시리즈다.
관객을 웃기는 데 목숨을 걸었던 몬티 파이슨 그룹이 멤버 모두가 70대가 되자 그 시절 그 명성을 되새기며 다시 뭉쳤고 어쩌면 생애 마지막일지 모르는 라이브 공연 소식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1회 공연이 43초 만에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고 100개국 2,000여 극장에서 ‘라이브’ 극장 상영이 이루어졌다. LA에서는 영국의 공연시간에 맞춰 일요일 오전 11시에 라이브 상영을 했는데 그 티켓도 매진행렬이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영국은 물론이고 메트 오페라 공연도 ‘라이브 인 HD’를 통해 뉴욕에 가지 않고 집 근처 극장에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극장들이 디지털 영사기란 최신 기술을 도입하면서 생겨난 트렌드다. 자꾸만 관객이 줄어드는 오페라가 라디오 방송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찾아낸 궁여지책이지만 2006년 처음 소개된 ‘라이브 인 HD’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오페라 퍼시픽, 뉴욕시티 오페라 등이 문을 닫았다. 오페라가 생존 위기에 부딪히자 커네티컷 하트포드에서 최신 기술을 이용한 바그너 축제가 기획되었다. 워낙 대작인 바그너 오페라에서 오케스트라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축제의 감독이 오페라에 필요한 오케스트라를 컴퓨터로 대체할 계획을 세웠다. 컴퓨터로 하여금 미리 녹음된 진짜 악기 각각의 소리를 상황에 맞게 연주하게 하려고 했지만 연주가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공연은 연기됐다. 노래방에서 오페라를 부르는 격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예외는 아니다. 뮤지컬 예산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오케스트라를 고려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공연장에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실제 연주와 고음질로 녹음된 소리를 관객들이 더 이상 구별하지 못할 만큼 기술이 발전했다는 이유다.
점점 사람들이 설 땅이 없어지고 있다. 공연예술에까지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기 시작하는 지금 씁쓸함이 밀려들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