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풍선처럼 부풀리는 우주정거장

2014-08-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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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처럼 부풀리는 우주정거장

여러 대의 BA 330을 도킹시켜서 건설한 우주정거장의 구상도. 각 BA 330에는 드래곤 V2 우주선의 도킹이 가능하다.

우주항공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의 우주탐사 능력은 일취월장했다. 달을 넘어 화성 유인탐사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민간 우주기업들에 우주여행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와 있다. 이를 보면 공상과학 영화 속에 나오는 달 기지와 화성 식민지가 건설될 가능성도 하루하루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인류의 우주탐사에 큰 걸림돌이 하나 있다면 다름 아닌 엄청난 발사비용이다. 1파운드(454g)의 물건을 우주로 보내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1만 달러나 된다. 600g 정도 되는 농구공 하나를 보낼 때 약 12만 달러가 필요한 것. 우주선이 크고 무거워질수록 로켓 연료탑재량과 발사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 같은 거대한 우주기지를 건설한다거나 화성 등지에 식민지를 건설해야 한다면 발사비용만 가히 천문학적 수준이 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각국 우주기구들이 경량성과 내구성을 겸비한 신소재를 활용해 우주선의 경량화에 지속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바로 팽창식 모듈 시스템이다. 명칭에서 느껴지듯 이는 실제 부피의 수분의 1 크기로 접은 상태에서 발사한 뒤 우주에서 불활성 기체를 주입, 팽창시켜 원래 크기로 전개하는 모듈을 의미한다. 이 모듈을 우주 탐사선으로 활용할 수도, 다수의 모듈을 결합해 우주정거장이나 외계행성 식민지를 건설할 수도 있다. 기존 대비중량과 부피의 획기적 저감이 가능한 만큼 발사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트랜스해브와 제네시스팽창식 모듈 시스템의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은 NASA다. 1990년대부터 ISS에 도킹시켜 우주인들의 거주구역으로 활용하기 위한 팽창식 모듈 ‘트랜스해브(TransHab)’의 개발에 돌입했다.

중량 13.2톤의 이 모듈은 발사 시에는 직경 4.3m, 길이 11m에 불과하지만 우주에서 질소가스를 충전해 직경 8.2m, 용적 340㎥의 3층짜리 6인용 거주공간으로 변신시키는 콘셉트를 표방했다. 고강도 케블라 섬유와 열 차폐재, 방호재, 절연재 등을 수십겹 덧대 약 30㎝ 두께의 외피를 제작함으로써 120℃에서 -200℃를 오가는 우주의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으며 우주쓰레기가 직격해도 안전하다는 게 NASA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트랜스해브는 ISS의 건설 일정 지연과 초과 비용에 따른 부담이 가중되면서 개발 필요성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급기야 1999년 미국항공우주학회(AIAA)가 트랜스해브 개발 중단을 권고하는 정책 제안을 내놓았고, 1년 뒤에는 하원의회가 백악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해브의 후속 연구를 중단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다만 결의안에서는 NASA가 민간 기업의 팽창식 거주 모듈을 임대해 사용하는 것까지는 막지 않았다.

이렇게 사장될 뻔했던 팽창식 우주 거주모듈 연구는 미국 라스베거스 소재 민간우주기업 비글로우 에어로스페이스에 의해 부활하게 된다. NASA로부터 특허권을 구입한 이 회사는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지금까지 관련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유인 거주 모듈 ‘BA 330’주지하다시피 제네시스 1호와 2호는 일종의 테스트 버전이다. 현재 비글로우는 2017년 발사를 목표로 양산형 팽창식 유인 거주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BA 330’으로 명명된 이 모듈은 중량 20~23톤, 길이 13.7m, 직경 6.7m, 내용적 330㎥의 독립형 우주정거장을 지향한다. 최대 6명의 우주인이 그 안에서 다양한 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BA 330은 다른 BA 330과의 우주 도킹이 가능하다. 필요할 경우 2기 혹은 4기의 BA 330을 도킹시켜 연구공간의 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글로우의 궁극적 목표 역시 이런 방식으로 ISS에 버금가는 상업용 민간 우주정거장이나 우주관광객용 우주호텔의 건설이다. 우주 공간에서 3기의 BA 330과 도킹 모듈, 추진 모듈을 결합해 대형 거주공간을 만들겠다는 것. 현재 비글로우는 이런 방식으로 내용적 690㎥의 12인승 ‘스페이스 콤플렉스 알파’와 내용적 1,320㎥의 24인승 ‘스페이스 콤플렉스 브라보’라는 두 우주정거장 모델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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