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죽음에 도전하는 극한 스포츠 ‘로프-스윙’

2014-08-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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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 및 자연 훼손 우려로 금지 검토 중유타주

죽음에 도전하는 극한 스포츠 ‘로프-스윙’

한 청년이 코로나 아치에서 ‘로프-스윙’을 준비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이 지역에서의 극한 스포츠에 대한 단속을 고려 중이다.

죽음에 도전하는 극한 스포츠 ‘로프-스윙’

유타주 모압의 코로나 아치에서 한 도전자가 ‘하이-라이닝’으로 불리는 아찔한 줄타기 곡예를 벌이고 있다.

유타 주 사막 한가운데, 붉은 사암 위에 세워진 도시‘모험의 천국’ 모압에선 어떤 아웃도어 액티비티도‘미친 짓’이 아니다. 마운틴 바이커들은 바위 위를 달리다 나뒹굴기도 하고 높은 바위꼭대기 양쪽에 로프를 걸고 줄타기를 하는 클라이머가 있는가 하면 대형 새총을 만들어 자신을 총알처럼 공중에 발사하기도 한다. 이들은 그 아찔한 한 장면 한 장면과 스릴에 찬 비명을 모두 녹화하여 온라인에 올린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고 불평이 늘어나면서 연방정부는 최근 인터넷에 의해 뜨겁게 달아오른 스릴 라이드, 극한적인‘로프-스윙’에 대한 단속 실시 여부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이 극한 스포츠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모압 특유의 거대한 아치형 바위들을 ‘죽음에 도전하는 그네’로 삼고 있다. 사람들은 바위 위로 기어 올라가 바위와 자신의 몸에 로프를 묶고 지상을 향해 뛰어 내린다. 마치 바위 꼭대기에 매달린 100 피트 길이의 시계추처럼 흔들거리며 아찔한 공중스윙을 즐기는 것이다.

“마치 절벽 다이빙 같지만 아래는 물이 아닌 단단한 바위라 정말 겁이 나지요”라고 한때 로프-스윙을 했던 관광여행업자 태드 제임스는 말한다.


그러나 매년 이곳을 방문하는 4만여 명의 등산객과 여행자들은 이 같은 공중낙하 도전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고요한 캐년을 도전자들의 소란한 비명과 안전기술이나 경험이 제각각인 모험가들의 긴 줄로 가득 채우고 있다는 불평이다.

또 긴 세월 비바람을 견디며 그렇지 않아도 마멸되어 가고 있는 붉은 사암바위들을 볼트구멍과 로프자국으로 더욱 손상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토지관리국은 이 지역에서 가장 이름난 아치형 바위인 코로나 아치와 제미니 브릿지에서 스윙과 점프를 비롯한 공중 로프 스포츠를 금지시킬 지를 검토하고 있다.

금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X게임 데어데블스와 인기 있는 비디오 스턴트가 주말마다 모험가들로 하여금 스릴을 찾아 나서도록 부추기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공공부지 내에서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제한을 가한다는 것은 열띤 논쟁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해병대 출신인 유타 주의 청년 카일 스타킹(22)도 스릴을 찾아 나선 모험도전자의 하나였다. 5년간 락클라이밍을 해온 그는 사람들이 공중 스윙을 하는 동영상을 보고 도전을 결심했다. 2013년 3월 그는 아버지의 트럭을 빌려 장비와 친구들을 싣고 모압을 향해 출발했다. 걱정하는 부모에게 조심하겠다고 말하며 안심시켰다.

“그게 마지막 말이었지요”라고 그의 아버지는 말한다.

뛰어내릴 바위에 로프를 장착하는 것은 치밀한 정확성과 테스팅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카일은 밧줄의 길이를 잘못 계산했고 아래로 뛰어 내린 후 바닥에 부딪쳐 사망했다. 금년 5월엔 뉴욕에서 온 25세 청년이 밧줄의 길이를 너무 길게 잡는 바람에 역시 바닥에 부딪쳐 심각한 머리 부상을 당했다.


스윙 예찬론자들은 도전에는 위험과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급류를 타는 래프팅이든, 험준한 산악자전거 트레일이든, 바위타기이든 사망의 위험은 다 마찬가지라는 것. 이곳 쉐리프 사무실이 작성하고 있는 모험 사고일지도 이를 증명해준다 : 낙하산 메고 뛰어내리던 남자 사망, 일본 관광객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60피트 아래로 추락 사망, 바위 틈새로 떨어진 하이커 구출…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의견도 양분되었다. 일부에선 “금지시켜라. 아치형 바위들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촉구하며 “멍청이들의 만용 때문에 코로나 아치가 디즈니랜드가 되어간다”고 개탄한다.

그러나 도전자들은 정부의 과잉규제가 ‘모험정신을 손상시킬 것“이라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곳 지역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한한 자유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국립공원 내에서의 ‘베이스 점핑’(빌딩이나 안테나 같은 높은 지점에서 뛰어내리며 낙하산을 편다), ‘하이라이닝’(캐년 위에서 행하는 줄타기), ‘로프-스윙’ 등은 금지되거나 제한되고 있다. 그래서 극한의 모험은 토지관리국이 담당하는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극한 스포츠의 그 한없는 도전엔 관리들도 놀랄 정도다. 한번은 고원의 꼭대기에서 ‘인간 새총’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단속 여부에 앞서 관리들은 ‘인간 새총’ 관련 규정조차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긴 신종 레저에 관한 시험대 같은 곳”이라고 토지관리국의 필드매니저 베스 랜젤은 말했다.

코로나 아치 주변 부지는 주정부에 의해 관리되어 오다가 지난 5월부터 연방정부 소속이 되었다. 현재 토지관리국은 2년간 이 지역의 로프-스윙을 금지하고 포괄적인 환경평가를 실시할 것을 고려 중인데 최종결정은 몇 주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들은 죽었지만 카일의 아버지 마이크 스타킹은 어떤 금지조치에도 반대한다. “사람들을 즐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다른 곳에서 즐기는 법을 찾을 테니까”라고 그는 말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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