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가주 가톨릭 성도들 “잠자는 성령 깨우자”

2014-07-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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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령쇄신대회 8월2~3일 이스트LA 칼리지

▶ 21개 성당 2,000여명 함께 모여 뜨거운 기도, 차동엽 노르베르또·반영억 라파엘 신부 강론

남가주 가톨릭 성도들 “잠자는 성령 깨우자”

남가주 가톨릭 최대 행사인 성령쇄신대회가 다음달 2일과 3일 열린다. 사진은 지난번 대회 모습.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8월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비리와 고고한 권위로 얼룩진 교황청을 개혁하면서도 서민적이며 소탈하고 행보를 이어가는 교황에게 지금 전 세계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교황은 진정한 영적 지도자요, 세속적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한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각 교구를 책임지고 있는 주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여러분, 주교를 하려면 따져야 합니다. 하느님에게 따지고 대들어야 합니다. 도저히 납득이 안 될 때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교황은 ‘간절하고 절박하게 기도하라’는 메시지를 가장 인간적인 버전으로 설명한 것이다.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이 무한한 성령의 뜻과 계획 앞에서 기도자는 따지고 따지지만 결국 순종할 수밖에 없다.

남가주의 온 가톨릭 성도가 한 자리에 모여 성령을 묵상하는 대규모 모임이 열린다. 오는 8월2일과 3일 이스트LA 칼리지에서 남가주 가톨릭 성령쇄신대회가 개최된다. 올해로 27회를 맞으며 남가주의 21개 성당에서 2,000여명의 교인들이 참석하는 가톨릭 최대행사로 자리 매김했다.


성령쇄신대회는 각 성당마다 조직된 ‘성령 기도회’가 하나로 결집돼 한 목소리로 기도하며 성령의 임재를 체험하는 뜨거운 시간이다. 올해의 주제는 ‘무엇을 찾느냐? 와서 보아라!’이다. 요한복음 1장38절과 39절에서 안드레를 비롯한 세례요한의 제자 두 명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오자 예수가 던진 말이다. 안드레의 형인 시몬은 이 만남을 통해 베드로라는 이름을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직접 받게 된다.

‘성령 기도회’는 말 그대로 성령의 도움으로 기도하는 모임이다. 가톨릭의 ‘성령 심령기도’는 개신교에서 ‘방언기도’라고 부르는 기도와 별 다름 없다.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한 이후 제자들이 오순절 다락방에서 성령의 바람 가운데 기도한 대로 세상의 언어를 넘어 하느님과 교통하는 것이다.

‘쇄신’은 매일 매 순간 삶의 현장에서 성령을 잊지 말자는 의미다. 세례를 통해 영접한 성령은 어느새 세상의 파도에 휘말린 자신 안에서 잠자듯 흔적이 없어 보인다. 이 ‘잠자는 성령’을 양파를 벗기고 또 벗기듯 스스로 일깨우자는 게 쇄신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남가주 성령쇄신봉사회 김충섭(세례명 마틴) 회장은 “성령님이 리드하고, 성령님이 뒷받침하는 기도”라고 성령 심령기도를 설명했다.

“자기 최면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죠. 하지만 믿으면 신앙입니다. 성령님이 기도를 이끌고 계시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진실한 기도가 되는 거지요. 오히려 요즘 성령의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머물며 구원만 주장한다면 그게 자기 최면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김 회장은 성령기도를 하느님과 주고받는 ‘좋은 통화’라고 풀이했다. 그리고 성령쇄신대회에 참석하고 뒤 열매가 없다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열매를 맺는 게 중요합니다. 성령님의 도움으로 기도하고 하느님과 영적인 통화를 한다면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치유 등 온갖 은사도 소중합니다. 그러나 도구일 뿐이죠. 사랑과 온유, 용서와 인내, 희생과 헌신, 이런 열매가 성령기도의 결과로 각자의 삶에서 나타나야죠. 여전히 내 말 안 듣는다고 화내면 그건 아닌 거죠.”


성령쇄신대회에는 한국에서도 강사진이 초청된다. 아프리카 선교현장에서 헌신적으로 현지인을 섬기다 암으로 사망해 모두를 눈물짓게 했던 고 이태석 신부도 강사로 참여한 적이 있다.

올해는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널리 알려진 차동엽 노르베르또 신부를 비롯해 감곡 매괴 성모성당의 반영억 라파엘 신부가 강단에 선다. 또 미주 지역에서는 텍사스 엘파소 성 김대건 한인성당의 임언기 안드레아 신부와 LA 대교구 남가주 성령쇄신봉사회 지도신부인 이상훈 요한 신부가 강론을 맡는다.

행사는 2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되고 주일인 3일은 오전 8시에 시작돼 오후 5시30분 막을 내린다. 이스트LA 칼리지 주소는 1301 Avenida Cesar Chavez, Monterey Park, CA

문의 (213)407-0386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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