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2014-07-12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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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민 / 카피라이터

상대성이론. 만유인력의 법칙. 별이 빛나는 밤. 이 세가지의 공통점은? 이 유명한 이론과 작품을 만든 사람들은 모두 ‘내향적(introvert)’이라는 사실이다.

월스트릿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수잔 케인이 일을 그만두고 7년간 읽고 쓰고 하면서 낸 책이 한 동안 화제였다. ‘콰이어트(Quiet)’라는 책인데, 바로 내향적인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라고 한다. 아직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출연한 TED 토크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극히 내향적이고 혼자 있기를 즐기는 그녀는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변호사가 되어 일하다가 다시 내향성의 가치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책을 썼다. 재미있는 것은 철저히 내향적인 그녀가 내향성의 힘에 대한 내용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하는 어려운 일을 참 잘해낸 것인데, 그로서는 많은 연습과 훈련, 각오를 했던 것 같다.


그녀의 스피치를 보는 동안 몇가지 기억들이 단편적으로 떠올랐다. 고등학교 2학년, 학급의 반장 부반장 선거 때였나 보다. 후보로 올랐던 나는 앞에 나가서 ‘연설’비슷한 것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나가기 전부터 가슴이 쉴 새 없이 쿵쿵 뛰고 손이 덜덜 떨렸다. 가슴이 뛰니 목소리도 요동쳐 아무 것도 말할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고 자리로 돌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십 여년 후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나는 조금도 떨지 않고 사람들 앞에 서서 30분 가량 말을 했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는 외향적이 되기 위해 무척 애를 썼던 것 같다. 떨지 않기 위해, 똑똑해 보이기 위해,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수잔은 스피치를 끝내면서 몇 가지 부탁을 한다. 제발 그룹토론을 그만하라고! 학교에서도 일터에서도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인정하라고.

김영하 작가는 그가 가르치던 학교에서 그룹으로 아이디어를 내라고 했을 때와 각자 아이디어를 내라고 했을 때 그 결과가 무척 달랐다고 했다. 그룹일 때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따르게 되고 그 결과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혼자일 때는 각자의 의견이 정확해지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도 내향적이기로 유명하고, 반 고흐도 내향적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동안 에너지를 충전하고 집중하여 위대한 이론과 예술작품들이 탄생한 것이다. 보통 사람에게도 무척 격려가 되는 말이다.

사교적이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다고들 한다. 파티에서 구석에 혼자 있는 사람들은 루저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큰 목소리와 호탕한 웃음과 재기발랄한 유머를 가질 수도, 또 가질 필요도 없지 않을까.

나는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웃고 얘기하는 것을 즐기지만 두세 시간이 지나면 곧 피곤해져서 집에 돌아가고 싶어진다.

인터넷으로 네트워킹을 하며 그룹으로 일을 하는 때 보다 나는 책을 한보따리 사들고 들어와 혼자 앉아 첫 장을 펼 때가 즐겁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기다려주면 분명히 무엇인가 해 낼 것이다 …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고 싶다. 모든 내향적인 사람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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