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리 전도·봉사 “글로벌 마인드 키워요”

2014-07-03 (목)
크게 작게

▶ ■서울의 소형 광야교회, 청년들 데리고 매년 미국 방문

▶ 넓은 세계 체험 통해 인생·신앙 비전 제시

거리 전도·봉사 “글로벌 마인드 키워요”

손종원 목사(맨 오른쪽)와 청년들이 북가주 실리콘밸리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새롭게 열리는 환경에서 새 일을 하려면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이 바탕이 돼야 한다. 글로벌 리더는 지리적 한계와 혈연, 작은 이익과 아집을 뛰어 넘어야 한다.

지난주 내내 남가주 베니스비치에서는 20여명의 한인 청년들이 예수를 소개하며 복음을 전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들의 전도에는 백인과 라티노 등 다민족 젊은이도 동참했다. 한인 청년들은 한국의 11개 교회에서 모인 ‘LA 전도폭발’ 참가자들이고 다민족 젊은이들은 약물과 알콜중독 경험을 가진 ‘빅토리아 아웃리치’ 선교단체 회원들이다.

손종원 목사는 지난 2009년부터 한국에서 젊은 크리스천들을 모아 남가주를 방문하고 있다. 많을 때는 80여명이 오기도 한다. 청년들은 교회 강당에서 자면서 점심값으로 3달러를 들고 나가 일주일간 거리 전도와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또 북가주 일대를 돌며 인터넷 대기업 구글을 방문하는 등 견문을 넓힌다.


“매해 젊은이들을 데리고 오는 이유는 한국 청년들에게 글로벌 마인드를 배우게 하려는 것입니다. 앞으로 통일된 한국을 이끌고 갈 리더를 양육하려는 거죠.”

손 목사는 서울에서 24년째 ‘지하실 교회’인 광야교회 담임을 맡고 있다. 말 그대로 상가 지하층에 위치한 소형 교회다. 장년 교인수가 35명에 불과하다. 그래도 청년 교인은 50명을 넘고 100명에 육박할 때도 있다. 그는 올해 나이가 60세이지만 여전히 청년 사역자다. 실제 그에게서는 젊은이의 기운이 물씬 배어 나온다.

“세계인의 품성은 무엇인지, 세계를 품는 사람의 장점은 무엇인지, 세계는 한국을 어떻게 보는지, 과연 미국이 만만한 나라인지, 직접 이곳에 와서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어 보라는 거죠. 미국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게 되요. 한국에선 그게 어렵거든요.”

원래 ‘대륙적’이고 ‘대국적’이던 한국인의 기질이 지금은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고 손 목사는 안타까워했다. 돈과 출세,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에 함몰돼 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의 통일 한국인은 과거의 대륙인의 기세를 이어 받은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시절 미국에 유학을 왔다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 그래서 젊은 날 미국을 경험하는 게 얼마나 인생과 신앙에 큰 도움이 되는지 절감했다고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이 대단합니다. 한국인은 아예 불신을 바닥에 깔고 사는 정도가 됐어요. 지금은 이론이나 지위, 학벌로는 영향을 못 끼칩니다. 실제로 살아야 인정합니다. 교회나 개인이나 성품과 삶으로 존경받아야 영향력이 생기는 거죠.”

손 목사는 작은 교회 목사이지만 그의 사역은 크다. 벌써 13년째 ‘목사를 사랑하는 모임’(ILP)을 이끌고 있다. ‘작은 교회’ 목사들에게 미국을 둘러볼 기회를 제공하고, 컨퍼런스를 열어 서로 격려하며 교류하는 단체다. 오는 8월12일에는 전국의 450개 소형 교회들을 모아 예수와 전도에 미치자는 뜻으로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크레이지 원 데이’ 행사를 개최한다.


“소형 교회 목회자에게는 ‘내 일생을 작은 교회에 발목 잡혀 허무하게 보낸다’는 자괴감이 들 때가 있어요. 실제로 하고 싶어도 할 능력이 교회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연합하면 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집회에서 느끼게 되길 바랍니다.”

손 목사는 연예인 청년 공동체(MEJ)도 15년 간 인도해 왔다. 가수 자두, 한에스더, 그룹 ‘노을’의 강균성, ‘애프터스쿨’의 가희, 개그맨 오지헌, 화제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OST를 부른 가수 린 등이 그의 청년 사역의 열매들이다. 이번 집회에서 주일학교를 담당할 예정이다.

“이제는 ‘작은데 착하다’는 데서 힘이 나옵니다. 더 이상 크기나 이름은 통하지 않아요. 헐뜯고 정죄하는 문화, 권위주의와 율법주의, 지역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리더가 나올 수가 없어요. 그래서 데리고 나오는 것입니다.”

‘작은 교회(Small church), 행복한 사역(Happy ministry), 훌륭한 목사(Great Pastor)’. 평생 ‘지하실 교회’ 담임 손종원 목사의 부르짖음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