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7월7석의 까마귀

2014-07-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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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가면서

▶ 강신용

브라질 월드컵 축구에 세계가 뜨겁다. 운동장의 함성이 TV를 타고 사무실까지 가득하다. 동그란 공을 따라 죽기 살기로 20명이 이리떼처럼 뛰어다닌다. 공이 주인을 몰라보니 골문에 가두어야 한다. 한국에서 유럽 축구팀 선수는 성공의 상징이고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한다. 붉은 악마의 열정을 가슴에 담고 브라질 월드컵을 보고 있다.

7월은 방학의 계절이다. 젊은 시절 두루두루 세상 구경할 수 있는 것은 방학의 즐거움이다. 상파울루 아레나를 가득 메운 젊은 관중들도 대부분이 학생들처럼 보인다. 관중석의 건장한 남자와 예쁜 여자들의 응원 또한 그라운드의 선수들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른다. 7월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는 뜨거운 계절이다.

알록달록 나라 칠을 얼굴에 그렸다. 얼굴에도 옷가지에도 내 나라 내 핏줄이 보인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쁘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치마 입는 여자들의 본능이다.

하늘을 나는 털 달린 새들은 수컷이 아름답게 가꾸고 암컷을 유혹한다고 하는데 사람은 정반대이다. 능력 있고 힘 있는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를 취하는 것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사실이다.

견우직녀는 7월 7석에 만난다고 한다. 길고 긴 1년, 365일 중에 겨우 한 밤에 잠시 만나는 젊은 남녀의 운명은 눈물 나는 슬픔이고 아픔이다. 소 기르던 목동과 옷 만드는 처녀의 불타는 사랑 이야기가 칠석의 전설이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 옥황상제가 잠자는 한 밤에 오작교 건너서 견우직녀가 7월 7석에 만난다. 동트는 새벽이면 한해를 기약하며 이별하는 밤이 칠석이란다.

오작교는 구름 위 하늘에도 있다. 춘향이와 몽룡이가 거닐던 오작교가 땅 위의 다리라면 하늘의 날짐승이 만든 날개다리도 있다. 은하수처럼 멀고 긴 길을 까마귀와 까치가 만든 다리 건너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리움의 눈물이 강을 이뤄 물가의 착한 까치와 동정심 많은 까마귀가 좋은 일에 자원 봉사하는 것이다.

독수리는 하늘에서 가장 용맹하다. 까마귀는 독수리와 공중전도 불사한다. 장비가 독수리보다 부족해도 당당히 맞서 싸운다. 까만 까마귀는 독수리처럼 황금색 칠한 것도 흰색으로 치장한 것도 없는 못난 새다. 예쁘게 보일 것도 없고 커다란 새는 아니지만 속속들이 여물대로 여문 내 땅을 지키는 날짐승이다. 선수들의 몸값이 수천만달러인 나라도 악착같은 나라에 빵빵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미국이 정말 큰일이란다. 덩치 크고 신수가 훤해 보이던 미국이 큰 소리만 쳤지 속빈 강정이 되어 간다고 한다. 이곳은 기회의 나라이고 평등한 땅이라고 믿고 속으며 살아왔다. 1년 365일을 일만하며 산 지도 십수년이 지났다. 견우가 소 기르고 직녀가 옷 만들기 365일에 옥황상제도 하룻밤은 못 본 척 만남을 허용했다. 작고 까무잡잡해도 웃으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면 볕들 날이 오리라 믿고 산다.

우리는 7자를 좋아한다. 777이면 잭팟이다. 잭팟은 못 되도 깽판은 무섭다. 당당하게 살면서 갈 때까지 가보는 거다. 다윗도 골리앗을 이겼다. 7월 7석에 일밖에 모르는 견우직녀를 생각하며 까마귀의 정신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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