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찌 동성애를 허용하나… 교단들 분열 위기

2014-06-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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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용 놓고 깊어지는 갈등 - 예배당 포기 등 재산권 문제 얽혀 혼란 커질듯

▶ 연합감리회 - “윈-윈 해야” 불구 총회 결정땐 반발 불보듯, 장로교단 - 일부 한인교회 “차라리 쪼개지겠다” 탈퇴 추진

어찌 동성애를 허용하나… 교단들 분열 위기

PCUSA 소속 한인교회들은 교단 총회의 결정과는 달리 동성애 반대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지난 2012년 한인교회 총회 모습.

미국은 물론 한인교계에서도 양대 교단으로 꼽히는 장로교와 감리교 교단이 심각한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성애 허용을 놓고 빚어진 이와 같은 상황은 최근 들어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교회들이 집단으로 교단을 탈퇴하거나 교단 자체가 쪼개질 위기까지 보이고 있다.

미국연합감리회(UMC)는 한인 감리교회들의 다수가 참여하고 있는 교단이다. UMC는 지금까지 동성애 결혼을 허용하고 동성애 성직자를 인정하는 이슈를 둘러싸고 교단 내에서 논란이 지속돼 왔다.

이는 한국 장로교의 뿌리인 미국장로교(PCUSA)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미 동성애 목사 안수의 길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지역 노회가 열릴 때마다 표결을 둘러싸고 내부적인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PCUSA는 동성애자 목사 안수문제를 지역 교회와 연합체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교단 총회에서 동성애 결혼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커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인교회들도 당연히 영향을 받고 있다. UMC는 교단이 강력한 통제권을 갖고 있어 개별적인 논쟁이 한인교회에서는 공식화되고 있지 않지만 동성애가 사실상 허용될 경우 목회자와 교인들의 반발이 일어날 것은 분명하다.

PCUSA 소속 한인교회 사이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으로 교단 탈퇴가 논의되고 있다. 한인교회들은 동성애자 안수 등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갖고 있지만 성경의 전통적 기준에 따라 교단을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면서 이에 반대하는 측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남가주에서는 선한목자장로교회가 공동의회의 찬성을 통과해 노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달라스의 베다니장로교회는 이미 교단을 탈퇴한 상태다. 또 뉴욕 등 동부노회의 필그림교회와 하은교회도 탈퇴를 추진 중이다.

UMC 교단 내 5개 관구를 망라한 80명의 감리교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지난 22일 교단에서 부상하고 있는 위기에 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쪽으로 교단법을 바꾸느니 차라리 분열하는 것이 낫다”며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차이로 인해 교단을 전통파와 진보파로 분리할 것”을 제안했다.

성명서는 “우리의 차이점들은 불행히도 결혼과 인간의 성에 대한 주제까지 이르게 됐고 동성결혼과 동성애자 성직 임명문제로 교회 내 불화가 지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성경적 진리를 따르느냐 아니냐의 문제에 중도는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감리교 지도자들은 “교단의 분열은 최후의 선택이어야 하며 그 전까지 양쪽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교단법을 어기고 프랭크 쉐퍼 감리교 목사가 자신의 아들의 동성결혼식을 주재한 이후 교단 내 동성애를 둘러싼 갈등이 한층 격화된 상태여서 조만간 분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PCUSA는 최근 들어 한인교회들이 속한 노회를 중심으로 교단 탈퇴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성애를 허용하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교단에 머물 수 없다는 목사와 교인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교단 탈퇴는 재산권 문제와 맞물리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교회 소유권은 물론 담임목사의 임직까지 교단 차원에서 결정하는 UMC는 물론 PCUSA도 교회 재산이 교단에 속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민교회도 교단을 떠날 경우 이제껏 일군 예배당을 포기해야 한다.


물론 예외적인 조항은 있다. 교인의 일정 수가 찬성할 경우 교회 건물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교인 투표에서 3분의 2나 심지어 80%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요구하는 노회까지 있어 현실적으로 교단 탈퇴가 쉽지 않다.

한인 목회자와 성도의 경우 감리교나 장로교 모두 동성애 목사 안수 및 결혼에 반대하는 주장이 압도적인 게 사실이다. 따라서 교단이나 노회 차원에서 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갈 경우 교단 탈퇴와 재산권 이슈가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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