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독교인이 TV 더 본다

2014-06-0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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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나리서치 조사결과

▶ 하루 평균 3.1시간으로 타종교 2.7시간 보다 많아, “바빠서 성경 안읽어” 40%, 작년보다 7%나 늘어

기독교인이 TV 더 본다

기독교인이 TV 시청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어령 박사가 본국 기독교 방송의 지난 설날 특집에 출연한 모습.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묵상하는 과정은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에서 가장 근본적이며 중요한 일이다. 크리스천 각자의 신앙적 성숙이 교회의 본질 회복으로 이어지고 사회를 향한 빛과 소금의 역할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지만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읽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분주한 현대생활을 헤쳐 나가다 보니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기독교인의 TV 시청시간이 비신자보다 오히려 많은 것으로 드러나 이와 같은 변명을‘핑계’로 만들고 있다.


기독교 연구조사 기관인 바나리서치는 매년 미국인의 TV 시청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인의 4분의 3은 매일 TV를 시청하고 하루에 3시간 정도를 보는 사람들은 51%에 달한다. 올해의 경우 미국인들은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보는데 매일 8시간 정도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별로는 TV 시청에 4시간, 스마트폰이나 아이팟, 위성 라디오 청취에 3시간, 음악 감상과 신문 읽기에 각각 30분을 소모하고 있다.

이 가운데 크리스천은 비신자보다 TV를 더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톨릭 교인들이 평균 3.5시간 그리고 개신교인들이 3.1시간씩 TV를 보고 있는데 비교해 무종교인이나 다른 종교인들은 평균 각각 2.6, 2.7시간 정도 시청하고 있었다. 게다가 TV 시청과 주일 예배 출석과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일 예배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교인이나 그렇지 않은 교인들 모두 평균 3.2시간 동안 TV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인이나 비신자나 모두 가장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은 시트콤과 범죄수사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친구들’(Friends)에 이어 2014년 들어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이 모든 세대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범죄수사물 중에는 해군 수사기관의 활약을 담은 ‘NCIS’가 큰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좀비나 유령 등을 다루는 공포 호러물에 빠져들고 있어 더욱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크리스천이 가장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은 NCIS(25%), ‘빅뱅이론’(23%), CSI(20%), ‘스타와 함께 춤을’(16%) 순서였다.

한편 성경을 읽지 않는 이유로는 40%가 직장, 가정 등을 책임지기 위해 너무 분주하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보다 무려 7%나 늘어난 것이다. 이 밖에도 삶의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대답이 17%였으며,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가 돼 성경을 더 이상 보지 않는다는 사람이 15%를 차지했다. 또 이혼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 등으로 하나님을 불신하게 되는 경험(13%), 성경을 읽는다고 해서 변화되지 않는 삶(8%)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2%의 미국인들은 성경을 정기적으로 읽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어떻게 시간을 내거나 만들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목회자들이나 교회가 교인들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면 성경을 읽는 시간이 다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또 오늘날 교회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면 교회 지도자는 물론 일반 성도 역시 신앙을 키워가는 일에 더욱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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