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출마서 당선까지 주님의 은혜로 이룬 기적”

2014-05-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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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출직 판사 사실상 당선 앤 박 검사 간증

▶ 반주·성가대·주일학교 교사로 개척교회 아버지 도우며 훈련, 매일 새벽 말씀묵상·기도가 힘

“출마서 당선까지 주님의 은혜로 이룬 기적”

LA카운티 항소법원 판사 진출에 성공한 앤 박 검사(앞줄 가운데)가 빅미션 모임 참석자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고등법원 판사 선거에서 사실상 승리가 확정된 앤 박 검사는 자신의 삶을 이끌고 지원한 하나님의 은혜를 털어놓으면서 눈물을 지었다.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솔고에서 22일 열린 비즈니스 선교단체 빅미션(대표 임철호 장로) 모임에 강사로 참석한 박 검사는 한 시간 남짓 진행된 강연 도중 시종 감사와 감동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달 3일 열릴 LA카운티 판사 선거에 박 검사는 단독후보로 확정된 상태다. 선출직 판사로 이미 결정된 ‘예비판사’인 셈이다. 17세에 이민 온 박 검사는 20년 동안 LA 카운티 검찰청에서 근무한 베테런 법조인이다.


한인이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 판사에 입성한 사례는 흔치 않다. 박 검사는 이날 ‘나의 삶, 나의 사명’이라는 제목의 간증을 통해 하나님과 동행하는 크리스천의 자세와 성공에 대해 진솔한 심경을 털어 놓았다.

박 검사는 “목사인 아버지는 세탁소 일을 하고 나중에는 구두 수리점을 운영하면서 개척교회를 섬겼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고등학생 시절 주일 예배의 피아노 반주자와 성가대, 주일학교 교사 등 1인3역을 감당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더구나 UC버클리에 진학한 뒤에도 주말마다 빠짐없이 집으로 돌아가 교회 일을 해야 했다며 당시에는 불만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친구들은 스키도 타러 가고 여행도 갔지만 저는 집에 돌아가 부모님을 도와야 했어요. 저도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그 시절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저의 신앙생활을 유지하는데 기본이 됐고 집에서 주말을 지내면서 공부도 더 많이 할 수 있었거든요.

박 검사는 의과대학에 진학하려던 마음이 법대로 바뀐 배경에도 결국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다고 전했다. 대학에 다니면서 크리스천으로서 이웃을 돕기 위해 동양인 법률사무소에서 봉사를 시작한 게 나중에 변호사가 되고 검찰청에 근무하게 된 발단이 됐다고 그녀는 말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이민자 권익옹호를 위해 법적제도 보완운동을 벌이며 2년간 동양인 법률사무소에서 일했어요. ‘한인사회를 도와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결정적이었죠. 하나님께서는 그 때도 길을 예비하시고 저를 훈련하시며 성장시켜 주신 겁니다.”박 검사는 힘든 검사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되던 게 내가 하면 되는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출근 전에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시간을 빼놓지 않고 있다. 인생의 고비나 어려운 과제와 부딪혔을 때 하나님의 힘을 경험하는 통로를 꾸준히 닦은 것이다.

이번 선거에 나서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보다 큰 선한 영향력을 얻기 위해 판사직에 도전했을 때도 그녀의 신앙을 통해 하나님은 확신을 심어 줬다.

“막상 선거에 나가려고 하자 패배할 경우 한인사회에 누를 끼칠 수도 있다는 염려에 주춤하고 있었어요. 새벽에 성경을 읽다 요한복음 21장22절 구절이 가슴에 닿았어요. ‘남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너는 나를 따르라’는 내용이었죠. 그날 마침 교회 목사님과 상담을 했는데 똑같은 구절을 주시는 거예요. 깜짝 놀랐죠. 판사 선거가 정말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이구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한인사회가 마련한 후원의 밤에서 박 검사는 ‘내가 당선되면 기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날 간증 끝에 그녀는 ‘기적이 이뤄졌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이 도전한 선출직 판사 선거에 경쟁자가 나서지 않은데도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였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박 ‘예비판사’는 하나님을 따르는 생활에는 반드시 시험이 뒤따르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고보서 6장6절과 7절을 소개하며 돈과 직위, 명예와 교회직분 등 ‘욕심이 사망을 낳는’ 경우를 한인사회에서 많이 목격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혼탁한 리더십을 탓하기 전에 당장 손해가 있더라도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법대로 정직하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그녀는 충고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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