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꿈을 깨우는 사람들

2014-05-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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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가면서

▶ 강 신 용

로토에 당첨되는 꿈이면 대박이다. 많은 1등 당첨자들이 운수 대통하는 꿈을 꾸고 복권을 샀다고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꿈을 통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미리 짐작하고 주의하는 경우가 많다. 꿈의 내용은 조상에 관련된 꿈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돼지나 소 같은 동물의 꿈, 그리고 금이나 돈에 관련한 꿈이라고 한다.

꿈은 흑백 TV 같은 경우가 많다. 가끔 잠에서 깨어나 아주 선명하게 꿈을 기억하는 날도 있다. 이런 꿈은 해몽이 필요한 예사로운 꿈이 아니다. 어떤 꿈은 십수년이 지나도 뚜렷이 기억하는 천연색 꿈도 있다.

여자 나이 50이면 꿈에 귀신도 본다고 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가끔 밥상머리에서 자주 꿈 이야기를 하셨다. 지난 밤 꿈자리가 영 좋지 않다고, 오늘 일상에 주의하라는 말을 종종하셨다. 아마도 여자들이 꿈을 더 많이 꾸나 보다. 그리고 혼백의 귀신 소리를 듣고 현실에 적용하는 선견지명이 있는 것 같다.


이제 꿈이 사라지는 소리를 듣는다. 젊음이 가는 소리와 함께 희망의 꿈 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있다. 일확천금 복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혼이 불타는 열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맨 땅에 헤딩하고 이마에 상처투성이라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기백이 없어졌다. 건강한 몸뚱이 하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던 정열이 식었다.

아프면 피하고 현실에 기대가는 그들 속에 묻혀서 살고 있다. 오매불망 그리움이 없어졌다. 자나 깨나 잊지 못하고 생각나는 것이 재물에 대한 목표이던, 사랑하는 사람이던 있다면 갈 길이 보이는데. 주사야몽이란 낮에 골똘히 생각했던 것이 밤에 꿈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끝없는 도전이 그립다. 발품을 팔고 피가 철철 나도록 땀 흘려 노력할 가치가 있는 그 시절이 그립다.

누가 누구에게 꿈을 심고 꿈을 키우나. 농부는 씨앗을 심고 보살펴야 열매를 얻는다.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한다. 현대인은 너무나 복잡하게 산다. 무엇하나 쉬운 일이 없다. 모두가 모두를 향해 투쟁한다. 흑백의 논리가 지배한다. 친구가 아니면 적이다. 누가 누구를 보듬어 줄 수 있나. 모두가 지치고 병들어 있다. 시대의 변화에 어머니의 마지막 손길마저 지쳐 있다.

올해는 유난히 어머니가 보고 싶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도 20년이 지났다. 어린 내 자식들 키우느라 며느리 눈치 보랴 고생도 많이 하셨다. 아이들도 벌써 20대 중반을 넘어섰다. 그들이 다 컸다고 말을 듣지 않는다. 잘난 척 하는 게 미국적인지, 이기적인지 모르겠다. 아마 나도 어머니 마음을 많이 상하게 했을 거다. 오냐오냐 내 자식이 최고라고 치켜세우면서 많이도 울었으리라. 새끼를 키워 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흑백의 돌들이 조화로운 삶속에 끊임없이 경쟁한다. 버릴 때는 버릴줄 아는 승부사가 이긴다.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 자신을 선택하고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도 귀중하다.

작은 꿈도 아름답다. 살아서 숨 쉬는 희망이 사랑스럽다. 자신을 깨우는 새벽종에 귀를 기울인다. 어깨너머 소리에 흔들리지 말자. 색 바랜 흑백 꿈이라도 가슴에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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