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저가 경쟁의 함정

2014-04-3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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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혜 / 경제부 기자

‘오른 것’ 보다 ‘오르지 않은 것’을 세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물가 말이다. 특히 식탁물가는 말 그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소고기 값은 말 할 것도 없고 돼지고기, 닭고기까지 육류 가격은 함께 들썩이고 있다. 캘리포니아를 덮친 가뭄은 쌀을 비롯한 곡물류, 아보카도와 라임 등 가주산 농작물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미 육류협회는 소고기 가격은 2016년은 돼야 안정을 찾을 것이며 돼지고기는 올 여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피, 오렌지주스, 설탕, 우유, 버터 등 아침 식단 주 재료 식료품 가격이 평균 25% 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식품 인플레이션’ 공포도 언급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타운 내 식당들의 한숨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치솟은 원가 반영은커녕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탓이다. 특히 갈비 등 소고기를 판매하는 구이 전문점은 ‘아예 팔지 않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쌀부터 고기, 야채까지 어느 하나 오르지 않은 거의 없으니 반찬을 무료로 제공하는 소규모 한식당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전히 타운 곳곳에 남아있는 ‘저가 출혈 경쟁’의 먹구름도 식당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는 이유다. 일부 식당들은 3.99달러 아침메뉴를 4.99달러로 올리기도 했지만 이 역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식재료 상승분을 메우기 위해 종업원을 줄여 인건비를 줄이는 식당들도 늘고 있다. 이는 음식의 질과 서비스로, 그대로 소비자에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반면 대량 구매로 가격 절감이 가능한 기업형 레스토랑 체인들은 가격을 올리고 있다. 멕시칸 레스토랑 ‘치폴레’는 오는 7월부터 메뉴 가격을 3~5% 올린다고 밝혔다. 소고기와 아보카도, 토마토 가격 상승 탓이다.

장바구니 물가도 올랐는데 식당 음식 가격까지 오른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소식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가격 인하 경쟁에 치중해 정작 중요한 음식의 맛과 질, 서비스가 뒷전으로 밀린 식당은 결코 소비자를 위한 곳이 될 수 없다. 장기적으로 한인타운 내 업소를 찾는 전체 고객의 수는 감소하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고 물가 속 저가 경쟁으로 두 번 멍드는 식당이 아닌, 긴 안목으로 내다보는 식당과 현명한 소비자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단순히 ‘싼 가격’으로 승부하는 곳이 아닌, ‘제 값’을 받고 ‘제 맛’을 내는 식당들이 한인타운에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정성이 가득한 진심어린 서비스도 수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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