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한국에서 영화 ‘말아톤’으로 주목을 받았던 자폐증. 최근 미국 사회는 물론 한인사회에서도 자폐증 자녀를 둔 가정이 늘면서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한인 가정들이 겪고 있는 자폐증 실태와 현황, 대처법 등을 상, 하에 걸쳐 점검해본다.
한인가정도 크게 증가
조기진단 못해 더 문제
<상> 실태·사례
한인주부 김미희(37·이하 가명)씨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 케빈(7)을 볼 때마다 가슴이 메어진다. 세 살이 되도록 말이 더딘 아들을 보며 그냥 좀 성장이 느린가 보다 했었는데 나중에 병원을 찾고 보니 자폐로 언어발달 장애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둘러 전문가를 찾지 못해 조기 치료시기를 놓친 것을 크게 후회한다”고 했다.
역시 자폐증을 앓고 있는 6세 된 아들을 둔 주부 클라라 박(39)씨는 빠듯한 살림이지만 하루 24시간 아들을 돌보느라 맞벌이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박씨는 “정부 지원 혜택도 받지 못해 치료 비용을 모두 부담하느라 통장은 늘 마이너스”라며 “자폐는 평생 간다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자폐증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의사소통 장애, 특정행동 반복, 정서 불안정 등 증세로 부모를 힘들게 하는데다 24시간 붙어 돌봐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 기관의 의료지원 등의 혜택이 줄어들면서 무료 혹은 저가 서비스 프로그램들이 축소돼 자폐아가 있는 가정의 경제적 부담도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자폐에 대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 등 한인사회의 편견도 또 다른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최근 들어 자폐 증세를 앓는 어린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미질병통제예방국에 따르면 2010년 현재 만 8세 어린이 68명 중 1명꼴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상태로 2년 전 88명당 1명꼴에 비해 무려 30% 가량 뛰었다.<본보 3월28일자 A6면>
이 같은 추이는 한인사회도 마찬가지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자폐증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자녀의 자폐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한 경우가 상당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한인 자폐아의 숫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인정신건강협회의 한 관계자는 “한인 가정에서는 자폐에 대한 일반 상식과 오해로 자녀의 자폐 여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가 아프면 소아과를 찾듯이 또래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보이면 즉각 자폐 전문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천지훈 기자>A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