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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김연아의 발’ 미세골절(Stress Fracture)

2014-03-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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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호

김연아의 금보다 빛나는 은메달 연기에 대한 환희와 분노가 채 끝나기도 전에 김연아의 연애가 알려지면서 또 다시 김연아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던 3월이었다. 모 연예전문 매체에 김연아의 열애 사진이 여러 장 보도되면서 그 상대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어났다. 호사가들의 관심과 달리 그 사진들에서 필자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김연아의 불편함 없는 보행이었다. 보통의 환자들은 미세골절이 발생한 후 적어도 6주는 지나야 불편함 없이 평소 보행을 다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골절은 누구에게나 어느 부위에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질환으로 특히 족부에 발생했을 때는 평소와 같은 보행이 불가능하므로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주게 된다. 사람들이 운동 후 갑작스레 발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그 통증이 점차 심해지는데도 불구하고 평소처럼 걷다가 결국 극심한 통증을 경험하고 나서야 병원을 찾아서 미세골절 진단을 받곤 한다. 반면 미세골절은 평소에 일반적인 신체활동을 하다가도 발생할 수 있어서 환자들은 `미세골절’이라는 진단을 받고 놀라기도 한다.


이러한 미세골절은 주로 4번 중족골에 발생한다. 해부학적으로 2, 3, 4번 중족골이 가장 강하게 고정되어 있어 그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고 충격이 왔을 때 주위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면 4번과 5번 중족골에 체중이 많이 실리는데, 그 중 5번 중족골이 4번에 비해 움직임이 자유롭고 충격 흡수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연성이 떨어지는 4번 중족골에 더 큰 충격이 전가되곤 하여 미세골절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사실 말이 미세골절이지 그 증상과 치료방법은 일반적인 골절과 다를 바가 없다. 일반적인 골절과 다른 점은 미세골절은 발생한지 일주일 이내에는 X-ray에서 골절의 흔적이 나타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10일에서 14일이 지나고 X-ray를 촬영하면 병변 주위에 Callus라는 신생골이 자리 잡아 병변 주위에 동그랗게 감싸듯 자라난 것을 볼 수 있다. 확진을 원하는 경우 간단한 초음파 검사장비로 뼈의 상태를 일주일 안에 볼 수도 있지만 증상 초기에는 MRI가 가장 정확하다.

미세골절로 의심되거나 확진되면 Surgical Shoe나 CAM Walker와 같은 탈부착이 가능하면서도 Casting(깁스)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형외과적 보조기구를 착용하는 한편, 평소보다 활동을 자제하고 안정을 취할 것을 권한다. 족부에 심한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운동을 자제해야 하며 대개의 경우에는 6주 이상 지나야 평소처럼 보행이 가능하다.

미세골절은 종종 Overuse Fracture라고 하기도 한다. 김연아 선수는 발에 가혹한 충격을 가할 수밖에 없는 점프를 반복해서 연습했을 터이니 이러한 미세골절을 겪는 것이 놀라울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난 회 칼럼에서 언급하였듯 김연아 선수의 경우 성인평발이 의심될 정도의 심한 중간발 변형에다가, 이전 대회 출전 때 발생한 중족골 미세골절에도 불구하고 짧은 휴식기간 후 다시 올림픽을 위해 연습을 시작했다고 하니 놀랍고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요즘은 골절 부위에 선별적으로 전기 자극을 주는 Bone Stimulator를 처방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김연아 선수도 아마 이러한 치료를 동반하여 치료를 앞당길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일반인보다 회복이 빨랐을 수도 있지만 골절은 똑같은 골절이고 그 통증도 똑같은 고통이었을 터, 김연아 선수의 의지는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이제 선수 생활을 은퇴했으니 더 이상 발의 통증 없이 연인과 함께 편안하고 즐거운 20대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ryanchangdp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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