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공자궁 출산 시대가 온다!

2014-03-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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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선진국들은 현재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 1명당 평균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인구가 유지될 수 있지만 대다수 선진국 여성들의 출산율은 그에 못 미치는 것. 이 같은 저출산은 경제활동인구의 저하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스로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여성의 신체적 결함이나 노산의 위험성, 생식능력 저하 등이 원인이 된 타의적 저출산은 의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중에서도 여성의 자궁을 인공장기처럼 만들 수 있다면 많은 불임여성들의 출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인공 자궁’ 개발이었다.


인공 자궁이라고 하면 산부인과에서 미숙아를 보육하는 인큐베이터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그와는 완전히 다르다. 인공 자궁이 훨씬 복잡하고, 기능적으로도 뛰어나야 한다. 현재 쓰이는 인큐베이터는 미숙아에게 정맥 카테터나 비위관을 사용해 산소와 수분, 양분, 적절한 보온과 습도를 공급하는 장치다. 쉽게 말해 적어도 임신 후기(약 32주) 이상 발달이 이뤄진 태아를 위한 기기다. 그 이전의 태아는 인큐베이터에서 생존할 수 없다.

그에 반해 인공 자궁은 실제 인간의 자궁과 마찬가지로 수정란(배아)의 착상에서부터 태아의 성장과 출산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기기를 지향한다. 그런 만큼 인공 자궁 개발에는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니다. 개인 맞춤형 유전체학, 조직 공학 등의 생체 기술에 더해 태아와 마이크로 스케일로 상호작용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나노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 또 태아의 성장을 관찰·기록하면서 그에 맞춰 인공 자궁의 환경을 변화시켜주는 지능형 컴퓨터시스템도 요구된다.

이외에도 태반, 양수 등 태아가 실제 자궁에서처럼 정상적으로 자라나게 만들어주기 위해 개발해내야 할 것들이 부지기수다.

현재 인공 자궁을 위한 각각의 요소기술들은 더디지만 착실히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르면 수십 년 이내에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아기의 탄생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게 될지 모른다.

주지하다시피 인공 자궁이 가져다줄 메리트는 명확하다. 불임 부부는 물론 동성애 부부, 독신자 등 자연적인 방법으로는 임신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생물학적 자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자연 유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인큐베이터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는 미숙한 태아들에게는 확실한 생존의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인공 자궁은 공해물질이나 술, 담배, 약물 등의 위험요소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 만큼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확률도 높아진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메리트는 아마도 모든 여성들을 10개월의 임신기간과 출산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임신과 출산을 위해 회사를 관둘 필요도,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병을 달고 살 염려도 없다. 경제적 이익과 건강상의 이익을 모두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공 자궁은 과거 인간배아복제 때와 유사한 윤리성과 존엄성 논란에 휘말릴 개연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인공 자궁은 인공심장이나 인공 방광, 의수, 의족과는 다르다. 생명을 키워내고 탄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칫 먼 미래에 인공 자궁을 활용한 출산이 보편화될 경우 아이들은 기계에 의해 길러져 공장의 상품처럼 세상에 나오게 된다.


<파퓰러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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