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직 자연만 있고 문화는 없는 고요의 나라
▶ 일년에 반은 눈으로 덮여있어 관광객도 9월 초가 마지막 발길
역사도 문화도 별로 없는 이곳은 일 년에 반은 눈으로 덮여 있어서 관광객도 9월 초가 마지막 발길이 된다. 농작물이 자랄만한 곳이 국한되어 있으니 곡식과, 야채 그리고 과일이 귀한 나라다. 온통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모든 물가가 매우 비싸다. 이곳에서 가능하면 샤핑은 안 하는 것이 스마트하다고 할까? 오직 Nature(자연)만 있고 Culture(문화)는 없는데, 그 자연을 보려면 Toture(고문)를 당하는 것처럼 이곳의 여행은 그만큼 고생스럽다는 말이 이곳에서는 유행이다.
무인도였던 이 나라는 9세기경 바이킹 해적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 이후로 기후 조건상 오직 목축업과 어업만이 발달해왔다. 그래서 양고기와 생선은 싸게 사 먹을 수가 있었고, 특이한 것은 아침상에는 언제나 상어 알 기름 (오메가3) 이 무료로 준비 되어서 나온다.
끝도 보이지 않는 검푸른 용암 광야 위에 까만 강줄기는 흩어져 흐르고 있지만, 불모지로 변색된 척박한 땅 위에서 식물들이 마음 놓고 뿌리를 내려 살만한 곳은 아니었다. 어쩌다 바위틈에서 얼굴을 내 보이는 이름 모를 작은 풀들이 차디찬 북극 바람에 벌벌 떨고 있는 것이 못내 안쓰러웠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는 길거리에 전시된 유명한 조각상들을 자주 볼 수가 있다, 대신 이곳은 자연이 만든 정팔각형 암석기둥들만 모아 전시하고 있는 듯 했다. 또 그 사이사이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여러 개의 하얀 폭포는 웅장한 그림에 액센트를 더해 주었다.
Skaftafell 국립공원 속에 있는 Jokulsarlon 빙산 호수에서 수륙 양용 상륙정을 타고 바다로 나가면 수 만년 된 빙산이 무수히 떠다니고 있는 것이 장관이며, 산처럼 큰 빙산의 얼음 덩어리 사이사이를 요리저리 피해 항해하다 보면 마치 북극 정점에 있는 노스폴로 산타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다.
호기심과 흥분 속에 천년 묵은 빙산의 얼음을 깨어 맛을 보았다. 바다에 떠 있지만 전혀 짠 맛이 안 나는 순수한 만년설의 민물 얼음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북극의 빙산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 카메라 셔터를 무수히 눌러댄다. 타이타닉호가 이런 것 때문에 침몰됐나? 지금 그 영화 속에 내가 서 있고, 투명하다 못해 파란 색의 얼음 산, 그 옆을 나도 두둥실 한 조각 얼음덩이가 되어 흘러가 본다.
보기에 까칠한 용암(LAVA)밭을 밟아보니 의외로 마치 카펫같이 폭신폭신했다. 그 이유는 풀 대신 살아있는 이끼가 여러 해 동안 돌과 바위틈을 덮어놔서 두께 5,6 센티미터 이상의 푹신한 카펫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위에 벌렁 누워 보았다. 정말로 두터운 요 보다 더 폭신했다.
이곳은 커피 한잔이라도 크레딧 카드로 결재하기 때문에 전혀 현금을 소지하고 다닐 필요가 없고 자연 세금의 탈세도 없단다. 미국에서 파견 된 미군으로 국방과 주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 나라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외국군대에 의존하는 힘없는 나라(?)로 살고 있었다.
이곳에서 북서부로 6시간 올라가면 게이시르라는 조용한 온천도시를 만난다. 동네 전체가 부글부글 끓어 흐르고 있는 용암 땅위에 세워졌고, 매10분마다 하늘 높이 30미터이상 규칙적으로 품어 오르는 줄기찬 자연 온천 분수는 터질 때마다 환호성이다. 옐로우스톤의 간헐천과 똑같다. 또한 유황냄새가 진동하는 섭씨 80도까지 오르는 뜨거운 광천수이다.
이곳을 지나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이 나라 최대의 2층으로 된 Gollfoss 폭포를 만난다. 이 근방에서부터 약간의 침엽수 나무들, 목장, 조그만 학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또한 거대한 Hvita 강물이 흐르다 갑자기 땅속으로 사라지는 마법의 강이 우리의 눈을 놀라게 했고, 또한 요르단의 페트라 요새처럼 양쪽으로 갈라진 천혜 절벽 땅은 지금도 지각작용으로 매년 5센티미터씩 대륙이 동서로 밀리어 갈라지고 있는 Thingvellir 국립공원을 구경하게 된다.
여행이란 새로운 각성제이며 흥분제이다. 고난의 길에서 낯선 것을 보며 다시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여행의 희열이 아닐까? 맑은 공기와 그 맛난 물을 양껏 마시며 산 줄기줄기 마다 내려오는 폭포를 바라보며 내 마음에 눈을 시원하게 씻어본다. 밤 10시가 넘어야 오로라 (극광)의 대 자연 쇼가 하늘에서 벌어진다.
오로라는 오직 북극권에서만 볼 수 있는 대 자연이 만들어 내는 불꽃놀이다. 이 현란한 빛은 하늘에 다채로운 색깔의 비단 깃발을 휘날리는 듯 했다. 또 검정 바둑알로 깔린 까만 해변, 화산의 분화구, 하얀 빙하, 기암절벽에 반사되어 더욱 찬란하게 빛을 더했고, 다시 투명한 빙산의 허리를 가르면서 나에게 눈부시게 다가 왔다.
나라마다 저장해 먹는 음식도 달랐다. 이곳은 상어를 잡아 6개월을 숙성시켜 주식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가 홍어를 숙성시켜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를 감수하며 먹는 모습과 똑 같다. 살아있는 물, 피부에 좋다는 물을 다 두고 가려니 못내 아쉽다. 한국에서도 그 물을 수입해 맥주를 만든다고 자랑이다. 만년설로 만들어진 만년수 (?)이기 때문일까? 물맛이 너무 좋았다.
수도 레이캬빅에 가까울수록 거친 용암 밭을 쪼아 4차선의 고속도로를 한창 만들고 있었다. 온 국토가 바위투성이라 공정기간이 길고 그 비용이 다른 나라 보다 서너 배가 더 비싸다고 한다. 수 천 년을 지켜온 자연, 거칠지만 순수하고, 혹독하지만 아름다운 이 나라는 200개가 넘는 화산과, 국토의 80%가 얼음이며, 아무 곳이고, 땅만 파면 솟아 나오는 온천수의 대국, 세계수도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고, 물가가 비싸고 야채가 귀한 나라, 전기와 난방은 싸도 휘발유는 비싼 나라, 이것이 이 나라의 자랑이며 특색이다.
아이슬랜드의 대표적 명물인 불루 라군! 그 온천 바다에서 즐겨 보았던 따뜻하고 부드러운 체감의 온천욕은 못내 잊지 못할 추억이며 나의 자랑이다. 모처럼 여행 중 망중한을 즐겨 보았던 세상 끝 고요의 나라, 아이슬랜드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