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생활과 한국 생활

2014-02-12 (수) 12:00:00
크게 작게

▶ 김형재 / 사회부 기자

미국을 방문한 한국사람들의 반응이 다양하다. 반년째 샌디에고에 머물며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한 여학생은 외로움이 주는 ‘향수병’을 토로했다. 새로운 세계에서 겪는 문화충격이 신선한 만큼 이역만리에 홀로 있다는 두려움도 컸다고 털어놓는다.

그럼에도 20년 동안 몸에 밴 한국 생활습관을 ‘리셋버튼’ 누르듯이 되돌아 본 시간은 결코 잊지 못하겠다고 한다. “미국이 한국보다 특별히 좋은 이유는 모르겠다”는 그의 말엔 요즘 젊은 세대가 가진 자국에 대한 자부심도 담겨있다.

직장 동료와 미국 주요도시 일주에 나선 30대 초반 김모 씨는 ‘티클 모아 태산’이라는 부모님 세대의 삶의 철학을 100% 신뢰하진 않는다고 했다. 무조건 절약하기보다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여러 나라를 구경하며 즐기는 ‘삶의 질’을 중시한다. 직장생활을 5년 이상 한 결과 일에만 열중하는 삶은 정답이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열흘 동안 LA-라스베가스-그랜드 캐년-뉴욕을 둘러본 그는 ‘경험’이 준 값어치를 단순한 돈으로 환산하지 않았다. 이번 미국 초행길 여행에 월급쟁이에게는 큰 부담인 수천달러가 들었지만 다시 1년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다며 웃었다.

신혼여행지로 LA와 서부를 찾은 어느 커플은 한국의 결혼풍속을 솔직하게 전했다. 서울에 아파트를 사서 신혼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범한 이들에게는 ‘미친’ 전세가 두렵다고 한다. 팍팍한 삶을 하루라도 벗어나고 싶은 충동일까. 요즘 결혼식은 ‘최고급, 호화, 호텔’이란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단다. 은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닌 한 결혼식은 무거운 짐인 셈이다.

딸아이 수능시험 성공을 위해 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 둔 열혈 엄마 김모씨. 4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미국으로 이민오고 싶어 했다. 그는 ‘여유와 개성, 가족중심’을 미국 삶의 최고 가치로 꼽았다.

미주 한인들은 잘 사는 한국을 부러워한다고 하자 “나와 또래 친구들은 하나같이 미국 이민을 희망한다”는 뜻밖의 말을 했다. 서울에서 중산층으로 사는 그는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한국을 떠날 때와 비교하면 한국은 분명 잘 사는 나라가 됐다. 하지만 남을 의식하는 문화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남을 의식해야 하는 사회구조가 주는 스트레스가 없는 것만으로도 이곳에 사는 한인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한국으로의 역이민을 고민하거나 실천하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이들은 미국 삶에 대한 회의를 토로한다. 반면 한국에서 온 이들을 만나면 그들은 그들대로 회의가 있다. 새삼 ‘서울쥐와 시골 쥐’ 이야기가 떠오른다. 행복은 결국 자신이 어떤 삶에 가치를 두느냐에 달린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