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선조들의 노고 기억해야
2014-02-05 (수) 12:00:00
지금으로부터 99년여 전인 1915년 1월16일 한민족의 선각자인 도산 안창호 선생과 부인 이혜련 여사 사이에서 장녀로 태어난 안수산 여사를 지난 달 8일 노스리지의 자택에서 만났다. 한인사회가 마련해 준 백수연 잔치를 앞두고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안수산 여사는 귀가 어두워지고 말을 길게 잇는 게 조금은 불편한 듯 보였지만 한국 나이로 100세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과거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인 도산 선생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한인 이민사까지 들을 수 있었던 뜻 깊은 기회였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됐다.
안 여사가 기억하는 도산 선생은 수려한 외모와 자상함, 가족과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나라 위한 일을 하느라 비록 자주 집을 비웠지만 함께 있는 시간에는 최고의 사랑을 줬던 아버지라며 안 여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버지에 대한 그의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 중 안 여사는 뜻밖의 말을 했다. 아버지 도산 선생을 비롯해 미주 지역을 기반으로 항일투쟁을 벌였던 독립 운동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안 여사는 지금의 한인사회의 기반이 된 그들의 활동 및 노고에 대해 젊은 한인들이 잘 모르거나 그 중요성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서운하다고 말했다.
조국의 광복을 위해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평생을 바쳤지만 정작 그 희생으로 일군 곳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이들이 그 노고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순간 부끄러워졌다.
미국 땅에 한인들이 처음 도착한지 올해로 꼭 111주년이 되었다. 그동안 하와이 사탕수수밭을 채웠던 한인들은 주류사회로 나아가 각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차세대 한인들의 활약상을 접하고 현장에 가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기분이 좋은 순간은 그들이 스스로 한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때다.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서툴지만 또박또박 한국말을 하는 차세대를 보면 마음이 벅차오른다.
소수민족인 한인들이 이처럼 주류사회에 진출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은 선조들이 닦은 기반 덕분이다. 이런 환경을 조성한 이민 선조들의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