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위한 종교시설 기치 20년만인 1878년 완공
미켈란젤로 피에타보다 3배 이상 큰 윌리엄 패트리지 조각 ‘피에타’
2013년 5년간 1억7,500만 달러 들여 대대적 보수공사 현대적 설비 탈바꿈
라커펠러 센터의 아틀라스상 건너편에 화려한 장식과 첨탑으로 유명한 교회가 있다. 세계 어느 곳보다 화려한 5번가 샤핑 거리에 이토록 큰 종교시설이 자리한다는 데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할 뿐이다. 앞서 로워 맨하탄에서도 살펴봤듯 트리니티 교회 바로 건너편에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 월스트릿이 자리한 것처럼 이곳 역시 ‘최대의 샤핑가(그것도 초고가 브랜드)’의 한 가운데 대형 종교시설이 들어와 있는 것이 이질감을 자아낸다.
■ 세속성을 제어하려는 금욕적 영성의 땅
금욕적인 영성으로 세속적 욕망을 적절히 제어하려는 옛 선조들의 혜안인 것일까. 하지만 그러한 예상과 달리 이 교회의 완성은 이미 그보다도 훨씬 앞선 시기였다. 즉, 5번가가 대대적으로 발전하기 전 일종의 미개척지에 세운 건물이었던 셈. 도리어 세속성과의 연계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종교 거점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이곳이 바로 2002년 공개된 영화 ‘스파이더 맨’의 무대가 되었던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St. Patrick’ s Cathedral) ‘이다. 가톨릭 교단에서 세계 최대급 규모를 자랑하는 이 성당은 5번가의 화려한 이미지에 뒤지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세련된 고딕 양식으로 완성되었다.
당초 인근 미개발지를 둘러싸고 장애인들을 위한 종교 시설을 기치로 설립된 이 교회는 존 휴스 대주교의 주도 아래 개발 계획안이 마련되었다. 남북전쟁에 따라 착공이 지연되다 비로소 건립 시작, 20년만인 1878년에 완공되었다. 이후 대주교관과 첨탑 등이 추가로 설치되고, 1931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친 뒤 현재에 이른다.
■ 장중함 속에 휴식을 찾다
현재 성당의 높이는 장장 120m에 이르며 내부에는 2,200석에 달하는 좌석이 갖춰져 있다. 뉴욕을 대표하는 성자들이 새겨진 입구의 청동문은 성당을 굳게 지키고 있으며,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유럽과 미국 출신 아티스트들에 의해 제작되었다. 특히 이 가운데 찰스 코닉이 만든 원형판 ‘장미 창문(Rose Window) ‘은 화려함을 더한다.
이에 더해 내부에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보다 3배 이상이나 큰 윌리엄 패트리지의 조각 ‘피에타(Pieta)’가 자리하며, 무려 9,800개가 넘는 파이프로 이뤄진 대형 오르간은 장중한 사운드로 무게감을 더한다.
2013년 이 성당은 5년간 총 1억7,500만 달러를 들여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실시했다. 이는 그동안 누적되어 온 대기 오염과 산성비, 벽돌 훼손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후속 조치였다. 이를 통해 130년이 넘는 영성의 거점을 보다 현대적인 설비로 탈바꿈시킴은 물론, 보다 많은 이들이 종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화 ‘스파이더 맨’에서 메리 왓슨을 구하는 장면으로 낯익은 이곳은 5번가 샤핑 거리를 돌아다니다 한 번쯤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서 더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