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담보 대출,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

2014-01-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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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퀴티 쌓인 홈오너들에 조언

▶ 라인오브크레딧·캐시아웃 크게 두가지, 집 리모델링·크레딧카드 빚 갚는데 요긴, 차 구입·여행비 등에 소비는 자제해야

주택가치가 상승하면서 주택담보 대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하면서 그동안 ‘여윳돈’ 마련에 목말라 하던 주택 소유주들로부터 주택담보 대출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주택시장 회복에 자신감을 갖게 된 은행들도 꽁꽁 닫아놓았던 주택담보 대출의 문을 서서히 열기 시작했다. 주택담보 대출은 사용하기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2006년 전후 주택시장이 활황기였을 때 뚜렷한 목적 없이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흥청망청 썼다가 최근까지도‘깡통주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아직도 많다. 반면 주택담보 대출을 그간 필요했던 주택 리모델링 등에 활용하는 등 미래를 보고 사용할 경우 주택가격 상승기에 효과는 배가 된다.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될 수 있는 주택담보 대출에 대해서 알아본다.


■지난해 화려한 부활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주택담보 대출 발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1% 급증했다. 주택시장이 상승기이던 2001년부터 2007년 사이 발급 규모(연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주택시장 침체기 동안 거의 사라졌던 주택담보 대출이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모기지 시장 조사기관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담보 대출 발급액은 약 600억달러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발표된 경제연구기관 무디스 콥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주택담보 대출액은 약 800억달러로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택담보 대출 발급은 올해도 급증할 전망이다.

무디스 콥은 올해 일시에 목돈을 대출받는 담보 대출과 크레딧 형태로 대출 받는 라인오브 크레딧 등 두 가지 형태의 담보 대출이 약 1,0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개인 신용 평가 기관 에퀴팩스의 조사에서도 라인 오브 크레딧 발급이 지난해 전년 대비 약 16% 상승했으며 올해 역시 약 5~10% 증가할 전망이다.


◇은퇴 후 대비 건드리지 않는 편이 안전

이처럼 올해 주택담보 대출 신청이 급증할 전망인 가운데 주택담보 대출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과거처럼 대출 미 자격자에게 무분별한 주택담보 대출이 발급되는 등의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주택담보 대출을 발급 받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할 경우 대출금 상환에 허덕이다 결국 ‘깡통주택’으로 전락한 주택 소유주가 많았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주의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온라인 모기지 업계 정보지인 HSH 닷컴의 키스 검빙어 부대표는 “전통적으로 주택 에퀴티는 은퇴자금 용도로 여겨졌으며 가능한 은퇴 때까지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며 “주택가격이 하루아침에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을 최근까지 경험했기 때문에 주택담보 대출 때 주의가 요구된다”고 금융 웹진 마켓 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경고했다.



■명분 있는 대출

당분간은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주택담보 대출이 성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서야 은행들이 주택담보 대출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아직까지는 선별적으로 발급하기 때문이다.

만약 주택담보 대출자격이 있다고 판단돼 은행 측에 문의를 앞두고 있다면 문의 전 적절한 주택담보 대출 사용계획부터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별한 사용계획 없이 일시불로 지급되는 주택담보 대출을 발급 받았다가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이자를 물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라인 오브 크레딧의 경우 일정기간 인출기록이 없을 경우 승인 받은 계좌가 동결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적절히 사용하면 ‘약’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택담보 대출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필요한 주택 리모델링이나 크레딧 카드 부채상환 등이 있다. 그동안 불편하게 여겨졌던 부분을 리모델링하면 거주기간 편안함을 즐길 수 있고 최근처럼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주택처분 때 비용 회수에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 좋다.

최근 크레딧 카드 부채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반면 주택담보 대출 이자율은 아직도 매우 낮은 편이다. 따라서 크레딧 카드 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여가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주택담보 대출을 통해 마련한 목돈으로 크레딧 카드 부채부터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재테크다.


■희망사항에 사용하면 ‘독’

일부 주택 소유주들은 주택담보 대출을 통해 개인사업에 필요한 긴급자금을 융통해 쓰고 나중에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대출을 갚기도 한다. 목돈이 들어가는 자녀의 대학 학자금에도 주택담보 대출이 유용하게 사용되는데 이때 여러 학자금 융자의 이자율과 비교해 유리하게 여겨지는 대출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희망사항’에 사용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예를 들어 대출을 통해 고급차를 구입하거나 호화 여행비용으로 사용하는 등의 행위는 자제해야겠다.


■신용카드와 유사한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

주택담보 대출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사용 목적에 따라 적절한 형태의 주택담보 대출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택담보 대출은 크레딧 카드처럼 한도액 내에서 필요할 때마다 인출해 사용할 수 있는 홈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과 재융자를 통해 남은 에퀴티를 일시불로 대출받는 ‘캐시아웃’ 재융자가 있다.

흔히 약자인 ‘HELOC’으로 불리는 홈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은 크레딧 카드의 사용 방식과 유사하다. 사용 한도액이 크레딧 카드보다 훨씬 높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다.

보유 주택의 시세가 올라 ‘에퀴티’(시세-모기지 대출 원리금)가 남아 있을 경우 잔여 에퀴티의 일부를 미리 크레딧으로 제공해 현금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담보 대출 형태다. 대개 만기는 10년이고 최초 10년간 이자만 내도 되는 조건이 흔히 적용된다. 따라서 매달 납부해야 하는 페이먼트의 금액이 비교적 낮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만약 주택 리모델링을 장기간에 걸쳐 실시할 계획이라면 홈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이 적합하다.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인출해 사용하고 사용된 자금에 대해서만 이자를 내면되기 때문이다.


■목돈 마련 때 ‘캐시아웃’ 재융자

주택에 에퀴티가 남아 있다면 캐시 아웃 재융자를 통해서도 목돈 마련이 가능하다. 캐시 아웃 재융자는 HELOC과 달리 기존의 1차 또는 2차 모기지를 상환한 뒤 잔여 에퀴티의 일정비율을 현금 형태로 일시에 인출하는 대출 형태다. 목돈이 일시에 마련되기 때문에 대개 주택 리모델링이 필요한 주택 보유자들이 관심을 갖는 주택담보 대출이다.

캐시아웃 재융자는 주택 보유자의 크레딧 스코어에 따라 주택담보 대출 비율 기준 75%~90%한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캐시 아웃 재융자를 받기 위한 크레딧 점수는 대개 700점이 넘어야 한다. 크레딧 점수에 따라 적용되는 적용 이자율이 변동되기 때문에 캐시 아웃 재융자 실시 후 예상되는 페이먼트 금액을 우선 따져 봐야 한다. 크레딧 카드 부채를 낮은 이자율의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상환하려고 할 때 캐시 아웃 재융자가 적합한 것으로 여겨진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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