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소한 기름내에 유년의 추억이 ‘노릇노릇’

2014-01-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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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부치는 날, 바닥 두꺼운 팬이 온도유지에 좋아

▶ 기름은 산화점 낮은 식물성이 적합, 채반 위에 식혀야 기름 빠지고 신선전

전 굽는 날 아침부터 풍기는 고소한 기름 냄새, 엄마 옆에 앉아 막 부쳐낸 뜨거운 전을 연신 집어먹던 기억, 기름 냄새가 스며들고 차갑게 식은 것도 꽤 맛있었던 우리 엄마 손맛이 그대로 담긴 전은 간단한 모양 뒤에 수많은 추억과 그 만큼의 다양한 맛을 간직하고 있다. 다가오는 설날, 여러 가지 전을 부쳐 푸짐하고 정겨운 식탁을 꾸며보면 어떨까. 많은 음식이 그러하지만 전은 대충대충 만들었을 때와 정성을 기울이고 세심하게 신경 써 만들었을 때의 결과가 크게 차이 나는 요리 중 하나. 들어간 것이라고는 메인 재료, 밀가루, 달걀과 기름이 전부이고 만드는 방법 역시 그저 밀가루와 달걀옷을 입혀 구워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음식이기 때문에 한 입만 베어 물면 맛이 있는지 없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만큼 섬세한 맛을 잘 살려야 맛있는 전을 부칠 수 있는데, 재료마다 맛내는 방법과 부치는 요령이 조금씩 다르다. 부침옷의 농도, 팬에 두르는 기름의 양과 타이밍, 불의 세기, 사용할 기름의 종류 등 맛있는 전 부치기의 노하우를 정리해 보자.


▶기름

전을 부칠 때 두르는 기름은 고온에서 쉽게 산화되지 않는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다. 포도씨 오일, 카놀라 오일, 현미 오일, 해바라기씨 오일 같은 종류가 좋다. 올리브 오일은 산화점이 낮고 특유의 향이 강해 전의 맛을 방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애호박전은 올리브 오일 특유의 향과 잘 어울려 고소한 맛을 낸다.


들기름과 참기름 역시 산화점이 낮아 부침용 기름으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식물성 기름에 조금 섞어 사용하면 고소한 향과 맛을 더할 수 있어 구워낸 후 바로 먹을 경우에 사용하면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특히 들기름은 열을 가해 요리하고 나면 쉽게 산패되어 주재료의 맛까지 망칠 수 있어 식혀 두었다가 먹을 계획이라면 적합하지 않다.


▶기본 간

소금으로 기본 간을 꼼꼼히 하면 주재료의 맛을 확 살릴 수 있다. 특히 호박, 고구마, 두부 같이 맛이 두드러지지 않는 주재료 일수록 소금 간을 잘하면 한층 맛있는 전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밀가루와 달걀에도 소금으로 기본 간을 조금 해두면 전이 싱거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단 염기가 있는 해산물은 짜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소금을 넣으면 삭아버리는 녹두전 같은 종류는 부치기 직전에 소금으로 간하거나 양념장을 곁들이면 된다.


▶밀가루

부침가루를 사용하면 양념이 다 되어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영양을 생각한다면 통밀가루를 사용해도 좋다.

부침가루가 없다면 밀가루 튀김가루를 섞어서 사용하고, 튀김가루도 없다면 밀가루에 찹쌀가루, 녹말가루, 마늘가루, 양파가루, 소금을 섞어 직접 만들 수 있다.


▶달걀


달걀은 부침개 겉옷으로 주재료를 보호하며 맛을 더하고 시각적 효과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끈을 제거하고 곱게 풀어 체에 한 번 걸러주면 부침 옷을 매끈하게 묻힐 수 있어 한결 수월하다.

색을 더하고 싶다면 곱게 송송 썬 파, 홍고추 등을 다져 넣어 색감과 맛을 더할 수 있다.

육전이나 동그랑땡에는 달걀노른자만 사용해야 고기 맛이 촉촉하고 부드럽게 살아 있고, 생선전에는 달걀흰자를 사용하면 깔끔하다. 전을 부칠 때 불이 너무 강하면 달걀옷을 태우게 되는데, 이때 딱딱한 질감과 냄새가 생기므로 타지 않도록 주의한다.


▶고명 올리기

고추, 쑥갓, 파를 예쁘게 썰어 고명으로 얹으면 예쁜 장식이 된다.

전의 고명으로는 최대한 얇게 썰어야 전의 질감을 해치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쑥갓 같은 잎사귀 채소도 미리 한 잎씩 작게 떼어놓고 얼음물에 담가 놓았다가 사용하면 싱싱하다.

전에 달걀옷을 입히고 불에 올려놓고 윗면에 고명을 올린 후에 뒤집으면 된다.


▶프라이팬과 불 조절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바닥이 두꺼운 팬이 좋다. 작은 전은 팬이 적당히 뜨거워지면 기름을 두르고 전을 얹은 중약불로 천천히 부친다. 연근, 애호박 같은 채소전은 살짝 익혀야 식감이 살고, 생선전은 속까지 천천히 익혀야 부드러운 질감이 살아 있다.

고기전은 고기 기름과 핏물이 빠지면서 기름이 빨리 탁해지면서 쉽게 타버리기 때문에 팬을 자주 닦아주고 새 기름을 조금씩 더해 가면 부쳐낸다. 빈대떡이나 해물파전처럼 부피가 큰 전은 팬을 충분히 달구고 기름을 처음부터 넉넉히 두른 후 중간 불에서 노릇하게 부쳐야 부침옷이 바삭하게 구워진다.


▶채반에 놓고 식히기

전을 부친 뒤에는 대나무 채반에 올려 두고 기름기를 빼면서 식혀야 전이 늘어지지 않는다. 채반에 올려두면 기름기를 제거하는 종이를 따로 깔아두지 않아도 된다.


▶양념장

전에 곁들이는 양념장은 기름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감칠맛과 산뜻함을 더해 전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준다. 간장에 청양고추, 통깨, 파, 식초, 겨자, 참기름 같은 양념을 입맛에 맞게 배합해 전에 잘 어울리는 깔끔한 양념장을 만들면 된다.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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