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3-12-05 (목) 12:00:00
크게 작게
울고불고 치사한 이승의 사랑일랑 그만 끝을 내고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 한 몸의 돌쩌귀로 환생하자
그대는 문설주의 암짝이 되고 나는 문짝의 수짝이 되어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우리 뜨겁게 쇠살 부비자
어디 쇠가 녹으랴만 그 쇠 녹을 때까지
우리 돌쩌귀 같은 사랑 한 번 해보자

- 정일근 ( 1958- )‘돌쩌귀 사랑’ 전문


영원했으면 좋을 사랑의 인연은 영 그렇지가 않다. 관습과 도덕의 그물망 사이로 큐핏의 화살은 종횡무진 날아다닌다. 꽃도 아니고 나비도 아닌데 만나고 헤어지고 달아나고 쫒아가고, 그것은 힘들다. 불안하고 애가 타고 치사하기도 하다. 그래서 시인은 무던하고도 순정한 사랑가를 불러본다. 문설주의 암짝 수짝으로 환생하여 쇠가 녹을 때까지 오래 오래 살을 부비며 살아가자는 돌쩌귀 사랑가를.

-임혜신<시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