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과학기술계 최악의 직업-사슴 사체 해부학자

2013-12-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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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건공과대학 환경학과 존 부체티크 교수보다 비위가 강한 연구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오대호 중 가장 큰 슈피리어 호수의 로열섬에 살고 있는 회색늑대와 말코손바닥사슴 간의 개체군 동태를 연구하고 있다.

그럴듯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는 정말 섬뜩한 일들을 해야 한다. 숲에서 썩은 사슴 사체를 찾는 것도 그중 하나다. 기분 나쁜 냄새를 쫓아 사체를 찾아낸 뒤에는 연구팀원들과 함께 도끼와 칼로 해부해서 뼈만 발라내야 한다. 엄청난 수의 구더기와 진드기를 손으로 헤집으며 말이다. 사체 1마리에는 진드기만 해도 보통 5만 마리 이상이 살고 있다.

치밀어 오르는 헛구역질을 참고 발골을 끝내면 최대 18㎏의 뼈를 로열섬국립공원에 있는 연구실까지 가져와야 하는데 50㎝가 넘는 폭설을 뚫고 나와야할 때가 흔하다.


개체수와 유전학적 연구를 위해 돌아오는 길에 회색늑대의 배설물도 수거해야 한다.

연구실에 도착하면 큰 드럼통에 물을 끓여서 뼈를 넣는다. 일견 사슴국을 끓이는 듯한 이 작업은 뼈에 남아있는 살과 털을 제거해 영구보관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연구팀이 수집한 뼈 데이터들은 새끼 시절에 겪은 영양실조가 회색늑대의 공격에서 벗어나는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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