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3-12-0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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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
눈보라는 좋겠다
폭설로 무너져 내릴 듯
눈 속에 가라앉은 지붕들은 좋겠다

폭설에 막혀
건널 수 없게 되는 다리는 좋겠다
겨울 강은 좋겠다
그런 폭설의 평원을 내려다보는
먼 우주의 별들은 좋겠다

즐거운 도시를 지난 즐거운 사람은
눈보라 속에 있겠다
어깨를 움츠린 채 평원을 바라보고 있겠다
무너져버린 지붕들을 보겠다
건널 수 없는 다리 앞에 있겠다
가슴까지 눈 속에 묻혀 있겠다


하늘은 더 어둡고, 눈은 펑펑 내리고
반짝이던 도시의 불빛도 눈보라에
지워지고, 지나온 길마저 어둠 속에 묻히고,
먼 우주의 별들도
눈보라에 묻히고,
...후략...

-박상순(1962- )‘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 일부


눈은 작고 보드라운 날개를 달고 지상에 내려와 추위에 떠는 세상을 백색으로 흔들어 깨운다. 눈이 나리면 사람들은 마냥 즐거워한다. 지붕을 가라앉힐 듯, 다리를 끊어버릴 듯 눈발은 밀려오지만 행여 다가올 재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불안과 함께 즐거움은 극에 이르는 것일까. 땅인지 하늘인지 분별없이 흩날리는 거대한 눈 꽃밭 속의 유포리아, 먼 우주의 별들까지 즐거움에 취하고 있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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