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교관은 대한민국의 얼굴

2013-10-1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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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재 사회부 기자

“내가 대한민국 정부다”최근 언론사 기자들과 만난 신연성 LA 총영사는 외교관으로서 직분을 이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외교관은 소속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이다. 종종 사극에서 강대국의 사신이 약소국의 왕에게 거만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개인이 아닌 직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외교관들의 명함에 영문 이름 표기가 제각각임을 지적한 본보 보도도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이 주재국의 인사들과 처음 만날 때는 ‘명함’으로 자신을 처음 알린다. 즉 외교관의 명함은 대한민국의 얼굴인 것이다. 외교관들이 명함 로마자 표기에 담았을 정체성과 철학이 궁금했다.

취재 결과 LA와 뉴욕 총영사관 외교관들의 명함은 ‘국장’ 및 ‘이름 로마자 표기’ 방식 모두 제각각이었다. 외교관 명함 대부분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장’ 대신 현 외교부(외교부·MOFA)의 예전 로고(외교통상부·MOFAT)를 쓰고 있었다. 한국 정부 권장안대로 공무원 로마자 표기를 ‘성 이름’(Hong Gildong 또는 Hong Gil-dong) 순서로 명시한 외교관도 절반 이하였다.


현재 유엔은 세계 각 나라에서 모인 외교관이나 대표자들의 성명을 표기할 때 각국의 언어문화의 전통을 존중하는 방식을 국제표준으로 삼고 있다. 즉 성이 뒤에 오는 서구식 표기가 아니라 한국식 그대로 성을 앞에 쓰고 이름을 뒤에 쓴다는 것이다.

이같은 보도 후 일부 외교관들은 “중요한 일을 하기 바쁜데 그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구글과 삼성 등 민간기업도 자사 로고와 브랜드를 알리려 수많은 돈과 철학을 쏟는다는 사실은 외면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보도 후 외교부는 외교관 명함 로마자 이름 표기시 정부 권장안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외교관에게 중요한 일은 나라를 대표하고 주재국에서 각종 민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일만 잘한다면야 외교관 명함 같은 사소한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말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난 10일 외교부의 자료에서 드러난 ‘2012년 155개 재외공관 영사서비스 만족도 평가’에서 LA 총영사관은 평점 62점으로 사실상 최하위인 152위에 기록됐다. 3년 전 평점 87점으로 33위를 차지하던 LA총영사관은 이후 2년 내리 15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을 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외교관은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외교관들이 내세우고 있는 ‘대한민국 외교관은 곧 정부’라는 말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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