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학업스트레스·문화 갈등...한인청소년 우울증 심화

2013-09-14 (토)
크게 작게

▶ 정신건강·이해 정보 부족. 치료시기 놓쳐 증세 악화

아들의 게임중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건강 상담센터를 찾은 한인 정모(43)씨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청소년 심리학자가 아들이 게임중독에 빠진 원인이 우울증이라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단순한 게임 중독문제라고만 여겼지 아이가 우울증에 걸렸는지는 생각도 못했다”며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한인 고교생 신모(16)군은 반년 넘게 정신건강 센터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얼마 전 난폭한 행동을 벌이다 병원에 실려 간 뒤 정신건강 치료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군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상담사는 “꾸준한 치료 상담을 해 온 결과 신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정폭력으로 인한 부모의 이혼 문제로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인 10대 청소년과 대학생 등 비성인 연령층에서도 우울증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시절 부모와 함께 이민온 1.5세 청소년들은 이민사회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질병관리센터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관련 설문에서 슬픔이나 절망적인 감정을 2주 이상 지속적으로 느낀다고 답한 학생들이 29%로 나타나 10명 중 3명 꼴이었다. 이는 전체 평균 28%보다 약간 높은 것이다.

또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른 인종 학생군은 16%가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한 반면 19%의 아시아계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우울증 문제는 부모와 가정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인 정신건강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개 청소년 우울증 원인에는 ▲과도한 학업성적 스트레스 및 명문대학 진학 압박 ▲부모와 자녀간 갈등 ▲부모와 자녀간 문화 적응속도 차이 ▲가정불화 및 폭력문제 ▲왕따 등 원만하지 못한 교우관계 ▲소질 및 적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정신건강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잘못된 정보도 청소년들의 우울증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인 정신건강 전문의들은 “한인가정의 경우 정신건강에 이해와 정보가 부족해 자녀들의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은 초등학생 때부터 겪어온 경우가 대부분인데 부모가 이를 간과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약물이나 알콜중독 또는 자해행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모는 무조건 좋은 학업 성적이나 명문대학 입학을 강요하기보다는 자녀에게 좀 더 많은 칭찬을 하고 자녀가 가진 소질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청소년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조언했다.<함지하·김하나 기자>
A1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