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날 낮에 혼자 집에 있었다. 밀린 빨래와 집안 청소를 해야 했다. 빨래를 개거나 청소를 하면서 낮 한 시에 하는 야구중계를 보고 싶었다. 남편은 교회 주최 야유회에 참석하러 갔다. 노동절 하루 전인 주일오후 교회 부엌에서 솜씨 좋은 교인들이 열무김치를 담고 공원에서 구워 먹을 갈비를 양념장에 재우는 분주한 손길을 보았었다. 열무김치를 실컷 먹고 싶은 마음에 야유회를 하는 공원으로 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야구 중계를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일하는 시간과 겹쳐서 야구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는 기회가 드물었다.
류현진이 던지는 날 집안 식구들이 야구를 함께 보는 것으로 야구중계를 접하게 되었다. 류현진이 솜씨 좋게 던지고 다저스가 게임을 잘 풀어가는 것을 자주 곁눈질로 접하다 보니 야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제는 다저스 경기가 없는 날은 양키즈나 레드삭스 등 다른 팀들이 하는 야구중계를 찾아보는 정도가 되었다.
HD TV로 보는 야구중계는 투수와 타자 간의 치열한 기 싸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공을 다루는 솜씨를 슬로모션으로 세밀하게 보다 보면 어느 예술 못지않은 아름다움과 열정을 느끼게 된다.
선수가 최선을 다하다가도 실수를 하게 되면 그 자책하는 모습이 정말 뼈저린 후회의 표정으로 진지하게 다가온다. 실수를 해도 그에 매몰되지 않고 다시 최선을 다하려는 다부진 자세는 많은 것을 깨우쳐 준다.
고해상도 화면 덕분에 선수들의 표정에서 미묘한 심리적 흔들림까지 감지할 수가 있고 선수들의 그날그날의 신체적인 컨디션까지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 역시 잘 치고 표정에 두려움이 없는 선수들이 홈런을 치는 것을 보게 된다.
삶에서 두려움 없는 자신감이 일상을 잘 풀어가는 한 요소임을 야구를 보면서 확인하게 된다. 타석에선 어떻게든 꼭 치리라는 타자와 이를 막아내려는 투수의 눈은 강한 투지로 인해 불타는듯하다.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넓은 화면 덕택에 야구게임 시청이 더욱 재미있다.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야구경기에는 그 나름의 멋진 세계와 아름다움이 존재함을 뒤늦게 발견했다. 아마 다른 모든 스포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고의 프로들인 그들은 최선의 노력을 한다. 단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용의주도함과 철저함으로 게임에 임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진지한지 야구를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슬그머니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나는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가 스스로 묻는 자신을 발견한다.
최고의 선수들을 보며 프로의 세계가 무엇인지, 자기가 사랑하는 한 세계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한다. 최선을 다하는 그런 열정을 매번 느끼기 때문에 야구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진부한 일상의 나태한 기분은 말끔히 사라진다.
올해는 야구에 푹 빠져 사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틈나는 대로 야구중계방송을 즐겨 볼 것 같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무방하다. 각 팀 최고의 선수들 개개인이 그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하게 게임을 펼치는 독특한 방식이 무척이나 흥미롭기 때문이다. 야구사랑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