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상에 오르니‘ 두 개의 피라미드’가…

2013-09-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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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가이드 샌개브리엘 피크

▶ 우주과학 박사들이 만든 숲속 길 산행 이색적 대추 크기 씨 방울 붙은 유카 군락지도 구경

정상에 오르니‘ 두 개의 피라미드’가…

북쪽에서 본 San Gabriel Peak(오른쪽은 Mt. Markham, 뒤는 Mt. Harvard).

오늘은 200년 전의 소박한 농촌마을이었던 시절의 LA로 시간을 거슬러, 마차를 타고 원족에 나서는 앤젤리노의 정서를 가지고, 그 당시는 그들의 일상의 삶의 주변에서는 가장높은 산이었을 샌개브리엘 피크를 찾아가 보기로 하자. 다행히 그때는 없었을 2번 하이웨이와 자동차 덕분에,하루 온종일이 아닌 불과 1시간 이내에 산 밑에 도착할 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는 길210번 프리웨이에서 2번 하이웨이 이스트의 출구로 빠져 나와 계속동쪽으로 14마일을 달리면 레드 박스 스테이션(Red Box Station)이라고불리는 휴게소 겸 주차장(Hwy MileMarker: 38.62)이 오른쪽으로 나온다.

여기에 주차를 하고 윌슨 마운틴(Mt. Wilson)으로 가는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500m 정도를 걸어가면, 오른 쪽으로 길이 갈라져 오르는 넓은포장도로가 나온다.


이 길을 따라가도 되지만, 다행히도 1988년에 패사디나에 있는JPL(Jet Propulsion Laboratory의 이니셜로서 Caltech이 주도하는 NASA의큰 연구소라 함)의 산악회에서 만든운치 있는 등산로가, 갈라지는 길의초입에 왼쪽의 숲속으로 나 있으니,이 San Gabriel Peak Trail을 찾아 오르면 된다.

왕복 5마일에 순등반고도는 1450‘이며, 약 5시간을 잡으면 충분하다.

■등산코스오른쪽으로 뻗어 오르는 포장도로는 샌개브리엘 피크와는 바로 지호지간인 디스어포인트먼트 마운틴(Mt.

Disappointment)의 정상(5,960‘)까지이어지는데, 이는 이 산 정상에 1955년부터 10년동안 나이키 미사일(NikeMissile)이 설치되어 있던 데서 비롯된것으로, 현재는 정부와 민간의 통신용안테나들의 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포장도로라서 걷기가 수월하고 서북쪽으로의 전망을 즐길 수 있으나,그늘이 없고 거리가 다소 멀며 아무래도 숲길의 운치가 결여되어 있다.

우리는 어쩌면 세상에 단 하나밖에없을 우주과학 박사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왼쪽의 숲속 길로 간다.

등산로는 오크트리들이 터널을 이루듯 잘 어우러진 숲속으로, 처음엔다소 가파르게 지그재그로 오르며,이어져 나간다. 참나무들 사이사이로 잠시 잠시 북동쪽의 먼 산들이 눈에 담긴다. 20여분을 오르다 보면 가끔씩 Bigberry Manzanita들이 오크트리들 사이사이에 섞여 있는 수목지대가 나온다. 좀 더 가면 왼쪽으로, 창날같이 예리한 잎들로 누구도 접근치 못하게 둘러싸 보호하는 가운데우람한 꽃대를 하늘높이 세우고 거기에 대추 크기의 씨 방울을 수백개나 다닥다닥 달고 있는 Yucca-‘OurLord’ s Candle’ 군락지에 이른다.


척박한 산비탈에서 묵묵히 자라나다가 6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부지런히 뿌리 쪽에 축적해둔 생명의 정수를 사정하듯 최후의 한 방울까지 단번에 하늘높이 용출하여 씨를 맺고는 아무런 미련 없이 삶을 마치는 그들의 생리는 참으로 장렬하고 감동스럽다. 이윽고 숲길이 다하고 포장도로에 합류된다. 대략 1.7마일 정도를 온셈이다. 오른쪽 바로 위에 디스어포인먼트 마운틴을 두고 포도를 따라 0.2마일쯤 나아가면 포장도로가 두 줄기로 갈라진다. 여기에서 만약 디스어포인먼트 마운틴을 들르고 싶다면,유턴하듯 구부러지는 오른쪽 포도를따라 간다. 대략 0.2마일쯤이면 송수신 탑들이 서 있고 콘크리트로 된 건물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보이는 정상에 오를 수 있다.

1874년 옛날에 USGS의 국토 측량원들이 옥스나드 쪽의 샌타 수잔나(Santa Susana) 산맥에서 이곳 LA 쪽을 관측할 때 이 부근에서는 이 산이가장 높은 것으로 관측되어 이곳에새로운 측량점을 세우기로 하고 필요한 장비와 물품들을 챙겨 어렵게 정상에 올랐단다. 정상 밖의 경개는 대단히 아름답다. 일망무제의 탁월한뷰가 있었기에 국토와 영공을 방위하는 미사일 기지로 선정되었을 것이다.

이 산 정상에서 보는 샌개브리엘피크의 모습은 어딘지 낯이 익다. 피라미드를 닮은 산 두 개가 좌우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겹쳐 보인다.산을내려와, 오른쪽으로 유턴하여 올라왔던 곳으로 돌아온다. 이번엔 앞으로 0.1마일쯤을 가면 정면에 1에이커쯤은 될 듯한 평지가 있다. 헬리콥터이착륙장이다. 이 부근은 전체가 샌개브리엘 피크와 디스어포인먼트 마운틴의 중간에 있는 Saddle인데, 5~6월께는 우리 등산인들이 흔히 미국개나리라고 통칭하는 스패니스 브룸(Spanish Broom)이 주변에 온통 샛노란 꽃을 피워내 실로 화려한 꽃동네를 이룬다.

샌개브리엘 피크로의 등산로는이 헬기장 끝 지점에서 남동쪽으로나 있다. 등산로를 따라 30m쯤을내려가듯 나아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갈라진다. 마크함 새들(MarkhamSaddle)에 이르는 길로, 동쪽으로는이튼 새들(Eaton Saddle)로 나가 윌슨 마운틴(Mt. Wilson)으로 갈 수 있고, 서쪽으로는 마크함 마운틴, 로우마운틴(Mt. Lowe), 인스퍼레이션 포인트(Inspiration Point), 에코 마운틴(Mt.

Echo)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직진한다. 먼저 앞쪽의 좀 작은 피라미드산을 오르다 보면, 등산로가 자연스럽게 뒤쪽의 피라미드 산의 상단부에 이르게 된다.

몇년 전의 산불로 주변의 큰 나무들이 검게 탄 숯이 되어 있는 가운데, 산불 난 자리에 무성하게 번지는Poodle-dog Bush가 키를 넘을 만큼의 높이로 길섶에 자라 있어 때때로길을 막는다. 피부가 민감힌 사람은가려움 증세를 며칠간 겪을 수 있으니 잘 비껴가도록 한다.

드디어 정상이다. 30여평쯤 됨직한 정상은, 피라미드처럼 뾰쪽한 꼭대기이고 보니, 사방팔방으로 막힘없이아름다운 전망을 두루 볼 수 있다. 넓지 않은 정상의 공간이지만, 3m는 족히 될 만큼 길쭉한 벤치가 놓여 있어동서남북을 천천히 관망하면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정진옥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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