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한인사회 운동이 뜻 깊은 결실을 이뤘다. 지난달 30일 글렌데일시 중앙도서관 공원 양지바른 곳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은 한인사회와 글렌데일시의 시민의식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에서 유학 온 20대 젊은이들도 시내버스를 타고 이 동상을 답사하러 오곤 한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하지 못한 일을 미국 동포들이 해냈다” “재미동포를 무늬만 한국인이라고 하지 말자, 조국에 큰일 나면 우리 편 들어줄 분들이다” “한인사회의 성숙한 모습에 감사드립니다”….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후 쏟아진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한국에서 바라보는 남가주 한인사회는 말 그대로 ‘핫’하다. 한국 국민 시선이 온통 LA 다저스의 ‘류뚱’(류현진)에게만 쏠린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지난 3월 글렌데일 시의회가 위안부 기림 조형물 건립사업을 승인한 소식이 여러 언론에 보도된 뒤 한인사회의 숨은 노력에 감동받은 모습이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한국 인사들도 한결같이 한인사회가 큰일을 해냈다고 입을 모은다. 미주 한인사회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글렌데일 위안부 소녀상 건립에 앞장선 가주한미포럼의 윤석원 대표는 “일본군의 성노예 운용 사실을 인권과 인간의 존엄 차원에서 공론화한 사실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한국에서 한인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한인사회의 풀뿌리 시민운동이 성숙한 동포들의 모습으로 비춰진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3년 동안 한인사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 운동에 나서며 ‘인권과 인간의 존엄, 전쟁범죄 재발방지’를 강조한 연방 의회 결의안(HR121) 취지를 실천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 7만6,238달러 성금을 보내준 미 전역 한인사회의 격려와 염원도 뜨거웠다.
반면 일본 정부와 극우단체, 일부 일본계 주민들은 조직적으로 미국 내 위안부 기림비 건립운동 방해에 나섰다. 이에 한인사회는 ‘인간의 정의’란 무엇인지를 되물으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성찰의 시간을 갖자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동안 한인사회는 미국에 터를 잡고도 한국만 바라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인 인재가 이름을 알리면 한국 네티즌들은 ‘바나나 미국인’이라며 조롱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인사회의 모습이 한국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측면도 있다.
한인사회가 미국에 뿌리내리고 지역사회 여론조성에 적극 나서자 이런 시선이 변하고 있다. 특히 한인사회는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지역사회와 발전적 동화를 이루자는 자의식이 커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 운동을 계기로 ‘자존감’도 드러냈다. 미국사회에서 변방의 이민자가 아닌 자랑스러운 지역주민·한인이 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