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용석을 위한 변명

2013-08-0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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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산 자유기고가

지난 6월14일 SBS 박상도 아나운서가 언론인 누리집 ‘자유칼럼그룹’에 기고한 ‘강용석의 변신은 무죄?’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미지 세탁을 통해 예능 방송인으로 거듭난 강용석 전 의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출범 이래 줄곧 정치적 편향성과 선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종편에 출연해 허접스런 말장난으로 인생 역전을 위한 대중적 이미지 조작을 꾀하는 강용석의 모습을 바라보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어디 박 아나운서뿐이겠는가.

강용석은 과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솔선수범해야 할 공인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수차례에 걸쳐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랬으면 일정 기간 은둔하며 자숙의 삶을 살아도 모자랄 터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안면몰수하고 슬그머니 방송에 나와 ‘자신의 꿈은 대통령’이니 뭐니 하며 횡설수설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에 민망하다.

‘강용석’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이다. 지난 2010년 7월 16일 대학생 토론회에 참여했던 학생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의 강 의원이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할 수 있겠느냐”고 야릇한 말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강 의원은 자신의 성희롱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사과를 하는 대신 적반하장으로 이를 보도한 취재기자와 언론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데 이어 법정에 나와 발언내용이 사실임을 증언한 학생까지 위증으로 고소했을 만큼 후안무치한 사람이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과 애꿎은 그의 아들에 대한 테러 수준의 음해 또한 용서 받기 어렵다.

18대 국회 말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 의원직에서 물러난 그가 요즘 이미지 세탁을 통해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는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법과 원칙이 아닌 특권과 반칙이 횡행하고 불의와 몰상식이 득세하는 나라에서의 변신은 결코 어떤 이유로도 유죄일 수 없다.

일본 천황 만만세를 부르고 황군 장교가 되어 독립군 토벌에 앞장 서는 등 반민족행위를 한 자가 후일 해방된 조국의 대통령이 되고, 징병제를 실시하는 준전시 하의 분단국가에서 사지가 멀쩡하면서도 교묘히 병역을 면탈한 파렴치한 사람이 군통수권자가 되는가 하면, 어떤 전직 대통령은 평생을 얼마나 청빈하게 살았으면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면서도 해외 골프 여행 다니고 한 병에 130만원이나 하는 최고급 양주를 즐기며 호화 생활하는 불가사의한 나라에서 유독 강용석의 변신이 그토록 지탄받아야 할 까닭이 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대한민국에서 상식과 순리대로라면 도저히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되는 사람들이 버젓이 대통령이 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 국민의 치명적인 건망증 때문이다. 강용석이 ‘자신의 꿈은 대통령’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것도 가히 치매 수준인 국민의 건망증에 대한 강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최근 NLL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주장과는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돌출발언으로 대박을 터트리는 등 좌충우돌하고 있는 그가 어쩌면 이미지 세탁에 성공해 언젠가 ‘강용석 대통령’의 꿈이 실제로 이뤄지는 끔찍한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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