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매 잘 된다지만 집 내놓기 두려워”

2013-08-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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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호황기 셀러들 고민

▶ 이사 갈 주택 찾는 것 가장 걱정 전체 20%‘깡통주택’거래 제약 리스팅 하기 전 출구전략 세워놔야

주택경기가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팔아야 하는 셀러들의 고민은 여전하다. 집을 내놓기만 하면 팔리지만 집을 내놓는 셀러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가격도 1년 전과 비교해 10%씩 올랐지만 집을 내놓는 것을 꺼려하는 셀러가 많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원인은 대체할 집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셀러가 많기 때문이다. 매물 부족으로 단순히 이사 갈 집을 구입하는 일이 쉽지 않아졌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을라치면 주택구입은 더욱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셀러가 많고 출구전략 없이 집을 내놓았다가 서둘러 거둬들이는 경우도 많다. 최근 셀러들이 겪고 있는 마음고생들을 알아본다.

■혹시 ‘노숙자’ 신세로 전락할까 봐

셀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집을 판 뒤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집을 팔기는 쉬워도 구입은 힘들다는 것을 아는 셀러들은 쉽게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섣불리 집을 내놓았다가 에스크로 마감이 임박할 때까지 이사 갈 집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셀러도 많다. 그래도 집을 팔아야 하는 셀러는 집을 내놓아야 한다. 7년 만에 찾아온 모처럼의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집을 처분하고 이사 가야 할 집을 장만하는 일이 걱정거리인 셀러들에게 몇 가지 해결책은 있다. 가능하다면 현재 집을 처분하기 전에 이사 갈 집을 우선 장만하는 것이다.

집을 내놓을 때 아예 이같은 조건을 달아도 괜찮다. 셀러가 주도권을 쥔 상황이라 이같은 조건을 달고도 바이어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셀러가 새로 이사 갈 집을 장만할 때까지 셀러 집을 구입하려는 바이어가 기다려야 한다는 조건이다. 만약 셀러의 주택구입 자금이 충분하다면 큰 걱정은 없다. 보유주택을 처분하지 않고도 ‘현금 오퍼’ 등을 통해 이사 갈 집을 미리 구입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깡통주택’ 보유자

집값이 상승세라지만 약 20%에 해당하는 주택은 여전히 ‘깡통주택’ 신세다. 집을 당장 팔아도 모기지 대출금을 갚을 수 없기 때문에 주택처분에 제약이 많다.

숏세일 등의 처분 수단이 있지만 크레딧 손상이 크기 때문에 당장 급하지 않으면 굳이 택할 필요는 없다. 무리한 대출금을 통해 구입한 주택이 팔아야 할 때 처분이 불가능한 ‘족쇄’로 전락해 버린 경우다.


특히 이혼절차를 밟고 있는 부부 등은 이혼을 진행하려면 주택시세와 상관없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데 깡통주택 상황이라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경우 쉽지 않겠지만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 중이어서 조금만 기다린다면 적절한 주택매매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바이어 너무 쇄도해도 걱정

주택시장 열기가 뜨거운 지역은 집을 내놓기가 무섭게 바이어들이 몰려든다.

집을 내놓은 지 수 시간도 채 안 돼 바이어나 에이전트들의 문의 연락이 빗발치는가 하면 당일에도 여러 건의 오퍼가 제출되는 일도 흔하다.

이같은 상황을 예상치 못한 셀러는 덜컥 겁부터 내기 쉽다. 에스크로를 가능한 빨리 끝내자는 등의 바이어의 ‘독촉’에 당황하는 셀러도 적지 않다. 요즘처럼 주택시장 열기가 뜨거운 시기에는 집을 내놓기 전 ‘출구전략’부터 마련하는 것이 안전하다. 집이 빨리 팔리게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처분 후 계획을 수립해 놓지 않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일부 셀러는 바이어들의 공격적인 반응에 놀라 주택 처분을 철회하기도 한다. 일부는 구매계약서 서명 후 바이어 측에 에스크로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몸을 낮추지만 자칫 바이어 측 요구에 끌려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정든 집 떠나는 것도 스트레스

한 집에 오래 거주한 셀러들이 흔히 겪게 되는 마음의 병이다. 특히 자녀들이 출생해서 출가할 때까지 한 집에서만 살아온 경우 집을 처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자녀들이 집을 떠나 규모가 작은 집으로 이사해야 하거나 나이가 들어 정원 등 주택관리가 힘들어져도 집을 팔아야 하지만 ‘그놈의 정’ 때문에 눌러 사는 경우가 많다.

■마음에 드는 집 찾기 어려워

매물이 부족해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 힘든 점도 셀러들이 쉽게 집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집을 팔기는 쉬워도 구입하기가 힘든데다 주택시장에 나온 매물들이 별 볼일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주택구입 때 ‘입맛’이 까다로운 바이어들은 최근 같은 주택시장 상황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찾는 일은 더욱 힘들어진다.

집을 꼭 팔아야 할 처지라면 눈높이를 낮추는 방법밖에 없다. 일부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일단 구입 후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면 스트레스지수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

아니면 아예 주택시장 상황이 좋은 지금 집을 처분한 뒤 아파트 등 1~2년 동안 거주할 임대주택을 마련, 장기 주택구입 계획을 세워 마음에 드는 집을 시간을 두고 보러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들 학기 맞추기도 힘들어

재학 중인 자녀들의 새 학기 일정에 맞춰 이사해야 하는 것도 부모 셀러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집을 처음 구입하거나 임대에서 구입으로 전환하는 경우 그래도 일정을 맞추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거주 중인 집을 팔고 새 집을 장만해야 하는 경우 아무래도 처분 및 구입기간이 예상 밖으로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집을 파는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집을 구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예측이 힘든 시기다. 주택구입 시기와 자녀 학기 시작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마음이 다급해져 주택구입을 서두르기도 하고 또는 임대를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준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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