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의 타래를 드로잉으로 형상화

2013-07-19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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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세 작가 듀크 최 개인전

▶ 장르 벽 넘나드는 전방위 작가 거미줄 같은 정신 지도 보는듯

생각의 타래를 드로잉으로 형상화

듀크 최의 드로잉 작품들. 복잡한 선들이 어지럽게 휘감기며 퍼져나가 섬세한 형상을 이룬 도심 속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길이다.

미국과 한국과 몽골을 넘나들며 특이한 예술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2세 작가 듀크 최(Duke Choi·23)의 개인전이 컬버시티의 ‘프로히비션 갤러리’(Prohibition Gallery)에서 7월13일부터 8월24일까지 열린다.

그라나다힐스에서 태어나 LA에서 성장하고 칼아츠(CalArts)를 졸업한 듀크 최는 회화뿐 아니라 음악, 비디오, 퍼포먼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작업을 보여주는 전방위 아티스트로,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진 21세기 국제예술계에서 신선하고 독창적인 방향을 제시할 작가로 기대된다.

‘포스트모던 샤마니스틱 시티 맵스’(Post-Modern Shamanistic City Maps)란 제목의 이 개인전은 올해 초 서울 두들 갤러리에서 열린 초대전과 같은 주제의 작품전으로, 작가가 직접 배접한 한지에 자신이 만든 물감으로 그린 동양화 같은 느낌의 드로잉들이 전시되고 있다.


언뜻 보면 오래된 지도의 부분 같기도 하고, 세밀한 식물도감 혹은 무질서한 낙서처럼 보이는 그의 그림들은 무한한 생각의 타래를 따라 온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마음의 청사진이기도 하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군중심리의 네트웍을 상징하기도 한다.

작가는 백년된 단 한 개의 붓과 자신이 만든 한지, 잉크, 물감을 사용해 놀랍도록 디테일한 기법으로 거미줄 같은 도시적 삶의 내면과 에너지를 지도 그리듯 낱낱이 해부하는데, 그림에 담긴 은유가 너무 복잡하고 강렬해 작품 한 점이 책 한 권에 맞먹는 밀도를 지녔다고도 평가된다.

한국의 미술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듀크 최는 자신의 그림이 유심론적이지만 무의식적 발현이 아니며 스스로 무엇을 그리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는 동시에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것들은 그의 정신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화폭에 붓이 처음으로 닿는 순간, 그의 정신으로부터 실타래처럼 뽑아져 나와 자라나는 선들은 하나의 축이 되고 그 축을 중심으로 어느 한 쪽에 이미지가 부여되면 다른 쪽에도 그에 상응하는 이미지가 자리하게 된다. 그의 선들은 유기적으로 얽히고 자라나면서 작품 전체에 살아 움직이듯 퍼져나가며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게 된다. 언뜻 정신없어 보이고, 무의식적 발현처럼 보이는 그의 선적 드로잉 회화가 그러나 유심히 들여다보면, 어떤 질서에 의해 전체와 부분이 유기적으로 통제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라고 기사는 설명하고 있다.

2세들의 자아발견 과정인 정체성 갈등을 거쳐 대학 졸업 후 스스로 노마드(nomad)가 되기 위해 한국과 몽골로 나가 작업해온 그는 울란바토르의 고아원과 여성 셸터 돕기에도 애쓰고 있으며, 미디어 아티스트 육근병의 유엔 프로젝트에서 어시스턴트, 백남준 작품수리 전문가 이정성의 테크니컬 어시스턴트, 설치미술가 함양아의 ‘넌센스 팩토리’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아티스트 웹사이트 www.dukesart.infoProhibition Gallery 6039a W. WashingtonBlvd. Culver City, CA 90232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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