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포도

2013-07-0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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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1904-1944) ‘ 청포도’ 전문

조선조 명현 퇴계 이황의 후예이며 독립 운동가이며 시인인 이육사 선생의 시‘청포도’를 읽으며 7월을 맞는다. 조국을 잃고 방황하던 시기, 수없는 투옥과 고문 속에서도 그의 시심은 품위와 서정성을 잃지 않고 있다. 고단한 삶 속에서 아름다운 손님, 혹은 조국의 광복을 기다리는 곧은 기다림은, 푸른 바다. 흰 돛단배, 청포, 은쟁반이라는 시어와 더불어 신비적이기까지 하다. 섬세함과 어울린 꿋꿋한 의지는 독자의 영혼을 파고들어 보석처럼 빛난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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