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칼럼/ Do You Speak English?

2013-06-2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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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문제는 영어다. 나는 아직도 키친과 치킨이 헛갈린다. 매일 아침에 미국 신문 2개를 읽고 운전을 할 때는 무조건 영어 라디오만 듣는다. 미국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따로 영어 과외도 받는다.

그런데 그러면 뭐하나? 정작 IRS 직원들과 싸울 때는 항상 뭔가 아쉽고 뭔가 부족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사실은 내 손님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한국이라면 유창한(?) 한국말로 납득시켜서 세금을 한 푼도 안내는 결과를 만들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20년 가까이 살았는데도 내 발음이나 액센트에 내가 불만이다. 아직도, motorcycle 보다는 오토바이라고 말하는 것이 편하고 ‘Modern Family’나 ‘Person of Interest’ 같은 미국 드라마를 보기는 하지만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같은 한국 드라마에 훨씬 더 마음이 끌린다.

바쁜 이민 생활에서 영어 공부는 항상 뒤로 밀렸다. 그것은 자식들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살면서 영어를 못하면 얼마나 답답한가. 교통사고를 당해도 그렇고 병원에 가서도 그렇다.

그 뿐인가? 남들은 그렇다 쳐도, 내가 낳은 자식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면 그것보다 더 서러운 일이 없다. 여러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중요성(importance)과 적시성(timeliness)이 충돌할 때가 있다.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하나, 아니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당장 급한 일을 먼저 해야 하나? 물론 중요성과 적시성이 모두 높은 것을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지금 당장 화장실에 가야 하는 것이 그렇다.

그런데 당장의 시급성에서는 떨어지지만 영어만큼 중요한 재산이나 능력이 있을까? 일반 페디큐어 손님에게 말을 잘해서 비싼 스파로 돌리는 것이 유창한 영어 없이 가능한 일인가?

한국에서 막 온 손님들에게 영어부터 배우라고 권한다. 비즈니스는 천천히 해도 된다. 한국말을 모르는 베트남 사람이 서울 한복판에서 무슨 장사를 해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몸으로만 때울 생각을 하지 말고 말로도 때울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 영어는 곧 돈이다,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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